자동차·전자·기계류/적자줄이기 안간힘(1달러 100엔시대: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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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도요타사만 올 2천억엔 수출감소/생산기지 해외이전·부품수입 늘려/80년대 엔고완 달라 「원가절감」 한계
『우리는 올해 평균 환율이 1달러당 1백13엔이 된다는 가정하에 경상이익을 0으로 한다는 경영계획을 세웠다.』 일본 제2위 자동차 메이커 닛산(일산)의 다카키 고이치(고목효일) 상무는 급격한 엔고에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큰 폭의 적자를 우려했다.
닛산은 올들어 연 30만대 생산능력을 가진 자마(좌간)시 공장도 폐쇄키로 하고 도요타(풍전)의 엔진사용,부품수줄이기 등 합리화에 안간힘을 써왔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적자만은 면해보려 했으나 예상을 뛰어넘는 엔고로 적자를 얼마나 줄이느냐로 경영계획을 바꿔야 하게 됐다.
이같은 상황은 닛산같은 자동차메이커 뿐만이 아니다.
일본 수출산업의 「3공자」로 일컬어지는 자동차·전자·기계류 모두에 공통으로 적용되고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모두 엔고에 비명을 지르며 생산기지의 해외이전·부품수입·합리화 등 살아남기에 몸부림을 치고 있다.
엔화가치가 1달러당 1엔 오를 경우 자동차 회사의 연간수출감소액이 도요타는 1백억엔,닛산은 50억원,혼다는 30억엔이나 된다.
일본 최대의 자동차회사 도요타는 엔화환율이 달러당 1백엔대가 계속되면 올해 2천억엔의 수출이 감소돼 내년 6월 결산기에 영업이익이 적자가 될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카키 닛산 상무는 『85년도 엔고때와 달리 미국 3대 자동차회사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졌다』며 채산이 안맞는다고 엔고를 그대로 수출가에 전가시킬 수도 없다고 밝혔다.
전기전자업체들의 경우 적자까지는 안가지만 엔고로 영업 및 경상이익이 크게 감소하기는 마찬가지다.
수출비율이 60%나 되는 소니는 엔고타격이 특히 심하다. 소니는 엔화가 달러에 대해 1엔 오를때 50억엔의 수익감소를 가져온다.
엔화의 대달러환율이 1백엔이 되면 경상이익이 60억엔으로 가까스로 흑자를 내나 90엔대가 되면 영업적자가 4백억엔,경상적자가 2백억엔이 된다.
『기계류의 경우 수출 채산은 1달러당 1백15엔이 한계점』이라고 고마스사의 가타 데쓰야(편전철지) 사장은 밝혔다.
평균환율이 1백엔대가 되면 올해 영업적자는 1백50억엔을 넘는다.
1달러당 1백엔이란 환율은 일본기업들도 하여금 셍산기지를 해외로 옮기고 원가절감을 위해 해외에서의 부품수입을 강요하고 있다.
현재의 상황이 경영 합리화의 기술개발 등 산업구조 고도화로 엔고를 극복했던 80년대의 3차 엔고때와 다르기 때문이다.
당시는 일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좋아 엔고를 수출가에 올리지 않은채 기술개발과 경영합리화로 원가를 절감해 대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2년간 계속된 경기침체로 재무구조에 여유가 없고 기술개발과 합리화로 원가 절감도 한계에 이르렀다.
도요타 자동차는 수년내에 국내와 해외의 생산비율을 같게 할 계획이다.
닛산은 현재 1대1인 국내대 해외 생산비율을 1대2로 해외생산 비율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히타치(일립) 제작소는 23차 엔고때 이미 40여개나 건설한 해외공장을 더욱 늘려 앞으로는 비디오·팩시밀리는 물론 중전기부문도 해외에서 만들기로 했다.
미놀타 카메라는 사카이 공장을 폐쇄하고 말레이시아 공장을 확대해 콤팩트 카메라는 모두 이곳에서 만들고 있으며 앞으로는 중형 고급카메라도 해외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그런데 일본기업들은 해외생산기지로 중국과 동남아를 선택하고 있다.
일 기업의 대대적인 동남아진출은 우리에게 경쟁자를 키우는 결과를 가져온다.
동남아는 일본의 수중으로 들어가 한국의 운신은 더욱 어려워진다. 엔고가 우리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겠다.<끝><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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