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 적응 무시한 작전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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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김재룡 (27·한전)은 마라톤 경기가 끝난 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너무도 아쉬움이 많은 레이스를 벌였기 때문이다.
김은 현재 연령·기량·경력 면에서 마라톤 선수로는 절정기를 맞고 있다.
레이스전에는 2시간7분대도 거뜬히 뛸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15일의 레이스에서는 막판에 체력이 달려 선두를 내주고 말았다.
지난해 바르셀로나 올림픽 1위, 지난 4월 보스턴 마라톤 준우승에 이어 내심 우승까지 노렸던 이번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김은 시종 2∼3위를 달리다 어이없이 역전패 했다고 실토했다.
이유는 레이스 날짜에 임박해 현지에 도착, 시차 적응에 실패했고 느닷없이 기온이 올라가 중반 이후 체력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
김은 지난 8일 서울을 떠나 파리에서 하루를 자고 10일 독일에 왔다.
그리고 닷새 뒤인 15일 갑작스런 무더위 속에서 1백여리 길을 달렸다. 속이 터질 것 같아 20㎞지점부터는 달릴 수 없었다는 것.
장기식 (24)도 이날 레이스 후 왼쪽 아킬레스건 부상에 위경련까지 일어나 병원에서 하루 밤을 지냈다.
경기 닷새 전에 도착하고 4위로 골인했다는 말을 들은 일본의 소 시케루 감독은 『그런 조건에서 완주한 것만도 대단하다』고 어이없어 했다는 것.
일본 마라톤 팀은 개막 20일전 독일 바덴바덴에서 완전히 시차 적응을 끝내고 경기 이틀 전 현지로 이동해 남자는 신예들로 5위를 했고 여자는 1, 3위를 휩쓸었다.
김은『처음 10㎞까지는 몸이 공중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며 일찍 오지 못한 것을 애석해했다.
당초 육상 연맹은 5∼6일정도면 시차 적응이 충분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빗나간 것이다.
주형결 감독도 『일본 (삿포로) 전지 훈련 대신 차라리 이곳에 일찍 와 시차 적응 훈련을 벌였어야했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비과학적인 훈련 일정이 빚은 참사 (?)라고 하기엔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슈투트가르트=신동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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