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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분산 대주주 “실명제 비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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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가·차명계좌 상장주식의 7.3% 차지 추산/어떤식으로든 정리… 증시·경영권에도 영향
금융실명제의 전격적인 실시로 대주주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상당수의 대주주들이 자신의 명의(실명)외에 가명 또는 차명(임직원 등)으로 주식을 위장 분산해 놓고 있고 이같은 물량을 어떤 형식으로든 정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됐기 때문이다.
일단은 위장분산주식 가운데 상당물량이 매물로 나오고 이는 증시에도 좋지않는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그러나 내부정보를 이용한 시세차익 챙기기 등 불공정거래의 소지 등을 없애 증시의 건전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주주의 입장에서는 소유분산을 촉진하는 각종 새 정부시책(일반투자자의 대량주식 취득허용 등)에 따라 마음 편하게 지분을 정리할 수도 없는 형편이어서 위장분산 주식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관심이 되고있는 가운데 기업의 소유구조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현재 주식위장 분산의 정확한 규모는 알 수가 없게 돼 있다. 가·차명의 형태를 띠고있어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데다 증권거래법상 소유주식 현황을 증권감독원에 보고해야하나 보고가 되지않은 부분으로서 기본적으로는 위법사항이기도 하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가·차명 주식계좌는 일반투자자와는 거의 상관이 없고 크게 ▲대주주의 위장분산용 ▲신분노출을 꺼린 큰 손들의 보유분 ▲증권사의 명의 도용분 등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
즉 가·차명계좌중 대주주 소유분이 상당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지난 88년 한 증권관계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상장주식 가운데 약 7.3%(금액기준)가 대주주 위장소유주식인 것으로 추산되기도 했다.
추정치일 뿐이지만 이 비율을 요즘 시가총액(15일 현재 85조원)에 비료하면 약 6조원에 이르는 셈인데 실명소유분만을 기준으로 한 30대 그룹의 대주주 1인(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6월말 현재 17.29%인 점과 비교하면 상당한 물량이 아닐 수 없다.
위장분산을 하게 되는 직접적인 이유는 경영권 확보.
겉으로 공개된 주식지분율 만으로는 언제 누가 따라잡을지 몰라 불안하기 때문에 일종의 「히든카드」로 남겨놓자는 것이다.
이 점에서 볼때 대주주들은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고 볼 수 있다.
새 정부는 소유분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기회가 있을때마다 천명해왔고 관련시책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우선 일반투자자들의 지분율 10%이상 주식취득 제한을 올해안에 없애기로해 내년부터는 어느날 갑자기 회사의 주인이 바뀌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게됐다.
또 ▲공익법인의 출연주식도 의결권을 배제키로 해 이를 통한 경영권행사가 불가능하게 되고 ▲무의결권 주식의 발행비율도 50%에서 25%로 낮아지며 ▲타법인출자 한도도 순자산의 40%에서 25∼30%로 낮아지게 된다.
일단은 처벌유예기간(1년)안에 가·차명주식중 상당부분이 매각될 것으로 보이며 대주주의 실질적인 지분율이 낮아져 중소업체들을 중심으로 매수합병(M&A)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와관련,대주주들도 위장분산 주식을 무작정 팔아 정리할 수만은 없기 때문에 ▲가명계좌의 주식은 팔되 ▲차명계좌의 주식은 상당부분이 실명으로 전환되거나 차명상태로 남겨지고(96년 종합과세 시행후에는 세금을 대신 물어주고라도) ▲실명의 지분율은 오히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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