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아의 말하기 칼럼] 눈과 눈이 마주쳐야 마음도 통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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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 27면

방송국 후배가 뉴욕 크리스티 경매의 대학원 과정 입학 허가를 받았다. 그는 전공이나 주업이 미술과 관련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술평론으로 석사 과정을 마치고, 그 방면의 책도 쓰고, 작가들에 대한 관심의 끈을 늦추지 않다가 드디어 유학을 가게 된 것이다. 그 후배가 입학이 까다롭기 그지없는 크리스티에 갈 수 있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자신을 잘 드러낸 인터뷰였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달려가 인터뷰를 했는데…, 방송인이었다는 데에 정말 감사했어요.” 외국어로 진행된 낯선 인터뷰임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할 말 다 했다고 한다. 방송에서 인터뷰는 일상사나 마찬가지다. 후배는 묻고 답하는 현장에서 수년간 일하면서 무엇을 묻고 무엇을 답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을 익힐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보다 ‘어떤 질문을 던지는 사람인가’를 보는 편이 낫다고 한다.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좋은 답변 능력보다 높이 평가되는 것이다. 좋은 질문은 상대의 진심과 사태의 진실을 끌어낼 수 있으나 겉핥기식의 질문은 핵심을 건드리지 못한다. 제대로 되지 못한 질문에 좋은 답변이 나올 리 만무하다.

인터뷰란 질문과 응답으로 이어지는 말하기다. ‘Inter+view’라는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서로 눈을 마주하고’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소통하는 것이다. 어디엔가 응모하고 시험에 드는 보통의 우리는 많은 경우 좋은 답변을 해야 하는 인터뷰이(interviewee)의 입장이다.

서류심사와 시험을 통해 걸러진 소수의 경쟁자들이 임하는 면접에서 자신의 본모습 그대로 가감 없이 내보이면서 조직을 대표하는 인터뷰어(interviewer)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법은 무엇일까.

먼저 당당함이다. 인터뷰에 응하는 나와 인터뷰를 하는 조직의 대표는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나는 것이다. 그러니 인터뷰를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인터뷰이와 인터뷰어 양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어떤 것을 얻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기회라고 여기자. 이러한 자세는 주눅 들거나 답변이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흐르는 것을 막아준다.

둘째, 준비 철저. 유학을 앞둔 후배는 면접관이 물을 만한 질문에 맞춘 답변서를 작성해 거울을 보며 연습했다. 자신이 공부하고 싶어 하는 분야에 대한 지식과 최근 미술계의 흐름을 정리하고, 크리스티가 내걸고 있는 사명과 역사, 자신의 재능이나 성향, 그 외 세상의 큰 흐름에 대한 상식까지 망라했다.

셋째는 유연성이다. 꼭 예상했던 질문만 나오지 않는 게 당연하다. 예상 밖의 질문이 던져졌을 때 자신의 머릿속 폴더에 있던 멋진 답변을 물고 나와 그 질문과 연결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유연성은 당황하지 않는 여유에서 나온다. 당당한 마음가짐과 철저한 준비를 했을 때 여유도 생긴다.

요즈음 학력 위조로 물의를 빚고 있는 그들은 꽤 많은 인터뷰 관문을 통과해 그 자리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 많고 많았던 인터뷰어들은 대체 어떤 질문들을 했기에 그들의 진실한 실력과 사실을 구별해내지 못했을까. 인터뷰이 당사자들은 대체 어떤 답변으로 현혹하여 진실을 은폐했던 것일까.

그들은 진실로 눈과 눈을 마주하며 서로의 마음을 읽지 못했던 듯하다. 당초부터 마음을 열고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생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서로에게 거짓과 상처투성이의 망신살이 되고 말았다. 사람 꼴, 학교 꼴이 말이 아니요, 그들이 했던 말들은 차마 말도 아니다.

유정아씨는 현재 KBS 1FM ‘FM가정음악’을 진행하며, 서울대학교에서 말하기를 강의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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