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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온욕…단전수련…건강비법 "다양"|재계 총수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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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재계 총수들의 하루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과로의 연속이다.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강력한 권한 뒤에는 무한한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그만큼 더 힘이 든다. 그룹의 흥망이 걸린 중대한 결정을 수시로 내려야 하고 각종 회의 주재·행사참석, 국내외 주요고객 접대 등 직접 챙겨야 할 일도 많다. 게다가 계열사에 뜻밖의 사고가 발생하거나 대형 노사분규라도 터지면 하루가 24시간으로도 모자랄 지경이다. 이 때문에 총수들은 남다른 체력 유지를 위해 나름대로의 건강법을 익혀 활용하고, 마음의 평정을 얻기 위한 취미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재계 총리」라는 전경련회장을 맡고 있는 최종현 선경그룹 회장(63)은 몇 년 전부터 단전수련에 심취해 있다. 매일 아침6시에 일어나 조간신문을 보고 나서 바로 간단한 단전체조를 하고 아침식사 후 집 부근 워커힐체육관 등에서 1시간 남짓 단전수련을 한다.
지난 87년 가족들과 함께 단전호흡을 시작한 최 회장은 현재 단전에 기를 모아 몸 전체로 퍼뜨리는「운기」의 단계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얼굴에 항상 붉은 혈색이 돌고 사원들과 몇 시간씩「캔미팅」(캔 음료 등을 마시며 모임을 갖는 것)을 가지면서도 시종 꼿꼿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바로 단전호흡 덕분이라고 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51)은 이병철 선대회장처럼 냉-온탕을 번갈아 하는 방법으로 건강을 관리한다.

<철야회의도 거뜬>
평소 칼로리 섭취 량이 많으면 건강에 해롭다는 생각 때문에 1년6개월 전부터 식사를 하루 두끼에서 한끼로 줄였다. 또 육류는 입에도 안대고 채식위주로 식사를 하고 그 대신 간식으로 과일을 든다.
이 회장은 이 같은 생활의 절제 덕분인지 최근 두 달 이상 해외에서 거의 철야로 임원회의를 주재하고도 거뜬하게 버티는 강한 체력을 과시했다.
최원석 동아그룹 회장(50)은 재계 총수 가운데 가장 빨리 새벽3시에 일어나 명상·맨손체조 등을 한 후 오전6시30분이면 출근을 한다. 하루 1만 보 걷기를 철칙으로 지켜 사옥 16층 회장실을 걸어서 오르내린다.
88년 이후 술·담배를 완전히 끊은 뒤 건강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젊은이들 못지 않게 격렬한 운동을 즐기는 회장들도 없지 않다.
타고난 건강체질인 정세영 현대그룹 회장(65)은 매일 아침 집 부근을 한바퀴 도는 일상적인 조깅 외에 건강관리 겸 레저로 특별히 수상스키를 즐긴다. 20년 경력에다 현재 수상스키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 회장은 매년 여름 양수리 남한강에서 10번 정도 수상스키를 탄다.
지난 79년 국내처음으로 수상스키 점프대를 만들어 점프를 시도하다 허리를 다쳤으나 3개월간 입원 치료한 후 재도전해 기어이 성공했을 정도로 열성적이다. 가끔 하는 설악산 등반도 대청봉을 넘을 정도로 철저히 한다.

<직원들과 팔씨름>
김석원 쌍룡그룹 회장(48)은 펜싱을 좋아하고 여름엔 스쿠버다이빙, 겨울엔 스키를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이며 팔 힘이 강해 가끔 직원들과 팔씨름을 겨루기도 한다.
이동찬 코오롱그룹 회장(71)은「몰두해서 일하고 철저하게 쉰다」는 평소 지론에 맞게 골프·등산·낚시·그림·서예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다. 특히 그림의 경우 이미 몇 차례 개인전을 열었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무교동사옥에는 이 회장의 화실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그는 밤11시에 취침해 아침6시에 기상하는 것을 습관화하고 있으며 취침 전엔 반드시 온수 욕을 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41)은 시간이 날 때마다 산을 탄다. 그룹이 85년부터 정례행사로 실시하고 있는 매월 둘째 토요일 임직원 산행에는 어김없이 직원들과 어울려 북한산에 오른다. 그는 걷기를 좋아해 외국출장을 가면 웬만한 거리는 시간이 허락하는 한 걸어다닌다. 90년 북경아시안 게임 때도 호텔에서 경기장까지 4시간 거리를 몇 번씩이나 걸어다녀 측근들이 수행하느라 애를 먹었다는 일화가 있다.

<아침 2백m수영>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57)은 잘먹고 잘 자고 열심히 일하면 별도의 건강관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대표적인 사람이다. 바쁜 일정 중에서도 틈틈이 축구경기를 관전하고 바둑을 두면서 업무의 피로를 달랜다. 건강관리에 지극한 사람들은 역시 연로한 회장들이다.
「밤11시 취침과 아침 5시기상」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박용학 대농 회장(78)은 매일아침 집 뒷산(단국대 체육관 뒤)을 산보하고 가끔씩 골프와 수영도 즐긴다. 김인득 벽산그룹 명예회장(78)은 지압·산보·냉수마찰 등 다양한 방법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있으며, 음식은 맵고 짜고 뜨겁지 않은 것으로 가려먹는다. 이필석 국제화재 명예회장(79)은 일흔이 넘어 배운 수영에 재미를 붙여 매일아침 헬스클럽 수영장에서 2백m를 오갈 정도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김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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