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1주년 맞는 서대문 독립공원/「극일교육장」 자리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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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87만명 찾아와… 어린이·10대가 72%/경건한 견학… 시설물 훼손 거의 없어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101번지. 독립문과 구 서대문형무소 자리를 잇는 3만여평 부지에 조성된 서대문 독립공원이 오는 15일 개원 1주년을 앞두고 항일독립운동사의 산 교육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지난 1년동안 이곳을 다녀간 탐방객 수는 모두 87만여명(추산). 이 가운데 어린이와 청소년이 63만여명으로 전체의 72%를 차지해 독립공원이 신세대의 독립심과 애국심을 기르는데 큰몫을 담당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평일에는 1천5백여명,휴일에는 4천여명이 몰려 주로 중앙전시관·옥사·지하 고문실 등을 관람하며 과거 일제가 이 땅에서 저지른 일들을 생생히 되돌아본다. 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이곳에 온 김도형군(17·장충고2)은 『지하 여감방과 고문실·전시관의 고문장면 등을 보며 마치 내가 고문을 당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면서 『반일·극일이란 말이 무엇인지,또 앞으로 내가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를 새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독립공원을 정기견학하는 단체도 늘고있다. 광복회·보훈처 등 독립운동 관련단체들이 이미 한번 이상씩 다녀갔고 시내 중·고교마다 특활시간이나 자유학습 시간을 이용해 이곳을 견학했거나 견학할 예정이라는 것이 공원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매주 2박3일간 「민족학교」를 개최하는 다물민족연구소(소장 강기준)의 경우 화요일과 목요일 2회에 걸쳐 정기적으로 독립공원을 견학하고 있으며 수도방위사령부에서도 이곳을 정규역사교육 코스로 잡고있다. 또 청와대 경호실에서는 전역예정자 모두에게 이곳을 견학토록 할 계획이다.
독립공원에 대한 일본인들의 높은 관심도 특기할 일. 개원 초기 시사통신·일본TV 등이 일본에 독립공원을 소개한 이후 지난해 가을 기왕현 입언사중학교에서는 수학여행 코스로 이곳을 다녀갔으며,이달 중순부터는 일본의 「건너야 할 강」 영화제작소가 이곳에서 일제의 강점기비행을 묘사한 다큐멘터리영화 촬영에 들어갈 예정으로 공원측과 교섭중이다.
이곳을 찾는 시민들의 질서의식도 높아 건물이나 시설물을 비롯,2만여평의 잔디와 2천7백여그루의 나무 등 조경시설이 훼손됨이 없이 보존되고 있다.
관리책임을 맡고있는 하재호씨(29·서대문구청 공원녹지과)는 『출입구가 여러곳이나 되고 24시간 개방되기 때문에 18명에 불과한 인원으로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크지만 그동안 공원내 시설물에 대한 보수가 거의 없었을 정도』라며 『독립공원을 찾는 시민들의 경건한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권태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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