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 본 한국미술』 이규일 지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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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반세기에 걸친 한국 근·현대 화단의 뒷 얘기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이 나와 화제다. 전문 미술기자 출신인 이규일씨가 쓴 『뒤집어 본 한국미술』(시공사간·3백36쪽·값7천8백원)이 바로 화제의 책.
89년 1월 『월간미술』창간호부터 2년 동안 연재됐던 「화단야사」를 근간으로 「화랑이야기」「화단이야기」등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우리나라 미술계를 둘러싼 뒷 얘기를 컬러도판이 실린 단행본으로 묶었다.
취재현장에서 몸으로 부닥친 생생한 기록들과 5백여 명을 헤아리는 폭넓은 미술계의 교우관계를 통해 얻어낸 증언들을 구수한 필력으로 풀어나간 이 책은 대부분의 미술사가·평론가들이 보지 못하거나 간과해버린 화단 뒷면의 사건들을 기록함으로써 재미는 물론 이제까지 출판된 미술사나 평론을 보강해주는 의의까지 더하고있다. 미술계 파벌의 대명사인 서울대파와 홍대파의 반목이 처음 드러났던 55년 대한미협 위원장 선거를 다룬 「서울대파, 홍대파 만든 장발과 윤효중」이라든가, 59∼60년 반도화랑의 그림판매가와 78, 79, 89, 91년의 미술작품 가격조사표를 실어 30년만에 1만5천배가 오른 그림 값의 실태를 보여준 「그림 값, 어제와 오늘」등은 미술계의 이면사를 다룬 대표적인 글들.
동아일보와 4·19의거 학생대책위원회 위령탑 건립위원회가 주최한 공모전에서 1차에 당선자를 내지 못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세번씩이나 제작자가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어야했던 「세번 뒤집힌 4·19기념탑」, 민중미술의 효시격인 「현실과 발언」창립전이 당국의 탄압으로 당일로 작품을 내려야 했던 사실을 다른 글 등은 역사의 뒤안길에 영원히 묻혀버릴 뻔한 사실들을 재발견한 것으로 책의 사적 가치를 더해준다. 화단 야사라는 새 장르를 개척해낸 저자는 앞으로도 계속해 속편을 펴낼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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