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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정서」잡아라/보선 첫 합동유세/후보들 불꽃설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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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개혁당위론·지역공약 집중홍보/민자/표적사정등 「TK피해」부각주력/민주
대구동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첫 합동연설회가 벌어진 1일 오후 방촌국교.
간간이 떨어지는 빗방울속에도 운동장을 빼곡히 메운 5천여명의 청중을 향해 4명의 후보가 TK(대구·경북) 표적사정 등 지역정서 문제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후보 4명은 『이번 기회에 대구의 자존심을 살려야 한다』고 한결같이 호소했으나 그 방법론과 시각은 판이하게 달랐다.
연단위의 후보 4인은 신정부의 개혁조치와 이에따른 박준규 전 국회의장·박철언의원 등 과거 TK 실세들의 현주소를 일일이 거론하며 대구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를 놓고 설전을 벌여나갔다.
민자당 지구당 부위원장 출신으로 맨 처음 등단한 김용하후보(무)는 『최근 보복적 냄새가 짙은 인사정책이 이뤄진다는 소리가 이지역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고 언급한 뒤 토박이인 자신의 선택을 통해 「대구의 자존심」을 찾자고 호소했다.
지난 총선때 차점 낙선했던 서훈후보(무)는 『과거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중 대구사람이 3∼4명은 됐으나 지금은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며 대구 소외론을 본격 펼쳤다.
그는 전두환·노태우씨 등 이 지역출신 전직대통령에게 『대구의 사나이답게 내가 잘못했다고 말하면서(감옥에) 들어가면 나머지 대구사람이 잘 지낼 수 있다』는 색다른(?) 제안까지 하고 나섰다.
세번째로 오른 안택수후보(민주)는 연설 대부분을 「대구출신의 피해」에 초점을 맞춰 청중의 감정을 자극해 나갔다.
그는 『최근 개혁은 박태준·박철언씨의 예에서 보듯 한풀이 정치보복』이라고 한후 여권내의 「TK인내론」을 겨냥해 『자기욕심을 채우려는 TK지도자들이 슬금슬금 눈치나 보며 지내자는 것』이라고 비난을 계속했다.
마지막으로 나선 노동일후보(민자)는 『개혁은 과거 썩고 병든 부분을 도려내자는 것이지 결코 대구를 겨냥한게 아니며 대구푸대접은 오히려 대구시민을 우롱·선동하는 언사』라고 앞선 세후보들의 「반민자정서」공세를 반박했다.
노 후보는 여당 후보답게 그린벨트 규제완화,인근 K­2비행장 소음방지 등 지역민원은 집권여당만 풀수있다며 『힘있는 여당후보가 당선되어 부도율 전국 1위 등 멍들어가는 대구경제를 살려내는게 진정한 대구의 자존심 회복』이라고 주장했다.
단상의 뜨거운 지역정서 논쟁과 달리 단하의 청중들은 무덤덤하다고까지 여겨질 만큼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지역정서 발언이 나올 때면 무언가 생각에 잠긴듯한 표정들이었으나 박수 등 의사표시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힘들게 입을 연 청중들의 생각도 일관된 인상을 주진 못했다.
우산을 받쳐 쓴 50대 남자는 『잘못한 것을 고치는 것은 잘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피해를 본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50대 남자는 『솔직히 분위기가 묘한 부분이 있다. 대구사람들이 많이 피해를 보는데 기분이 좋을리야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대구정서를 둘러싼 후보들의 치열한 공방이 유권자들의 상이한 개혁평가·지역발전 추구심리와 뒤엉켜 대구동을 보궐선거 현장은 조금씩 달궈져가고 있었다.<대구=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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