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사 주식매물 증시 “발목”/한은 특융상환등 빚독촉 시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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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달간 2천백억 순매도
빚에 쪼들린 투자신탁회사들이 보유주식을 대거 매물로 내놓으면서 증시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31일 증권·투신업계에 따르면 투신사들은 이달 한달동안 1조1백5억원어치의 주식을 팔고 7천9백68억원어치를 사 2천1백37억원의 순매도(매도·매수차액)을 기록,『기관투자자들은 파는 것보다 사는 것을 더 많도록』 지시했던 정부의 8·24증권시장 안정대책을 무색케했다.
투신사들은 특히 28∼30일 사흘동안에만 무려 1천7백12억원어치의 순매도를 기록했고 이사이 종합주가지수는 20포인트나 떨어졌다.
투신사들이 이같이 매물을 쏟아내고 있는 것는 빚독촉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으로 세투신사의 외부차입금은 88회계연도말(89년 3월) 1천11억원에 불과했었으나 89년말 은행돈을 빌려서라도 주식을 무제한 사게했던 12·12조치가 있은뒤 90년 3월에는 3천5천3백억원으로 급증한 이후 매년 1조원가량씩 증가,이제는 표에서 보듯 6조4천억원대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자지급·보유주식값 하락의 이중고에 시달리며 투신사들은 91,92년 연속 큰폭의 적자를 내고 자본까지 잠식되는 상황에 이르렀으나 올들어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며 93 회계연도의 첫 3개월(4∼6월) 동안 모처럼 흑자(3백39억원)을 내면서 대출기관들로부터 상환요구를 받기 시작했다. 은행 긴급대출의 경우 30,31일 이틀동안에만 1천3백억원을 갚는 등 한달 사이에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3천2백억원 어치를 상환했다.
특히 투신사 차입금중 가장 규모가 큰 한은특융(2조9천억원)의 경우 1년 만기가 눈 앞에(8월10일) 도래한 가운데 은행측은 이중 상당부분을 갚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투신사들은 아직 경영이 정상화되지 않았으므로 갚기 어렵다는 입장인데 오는 5일 금통위에서 논의될 예정으로 3천억원 가량을 갚는 선에서 절충될 것으로 보이고있다.
또 지난 26일 만기도래한 국고지원금(1조원)은 일단 45일 더 연장이 됐으나 올해 세수부족이 예상돼 정부는 9월부터 연말사이에 나눠 갚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어서 투신사의 자금사정은 앞으로 상당기간 쪼들릴 수밖에 없고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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