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사태(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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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만약 완전히 자동화된 생산수단이 출현하게 된다면 인간의 노동은 불필요하게 될 것이다.』 무려 2천5백여년 전에 희랍의 철인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예언이다. 모든 생산수단이 오직 수공업에만 의존하고 있을 때의 일이니 그의 선견지명이 놀랍기만 하다.
당시에는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으나 그의 예언은 차츰 현실화되어 오늘날에는 완전한 오토메이션이 실질적인 가능성으로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과학문명의 발전과 함께 현실화된 생산과정의 자동화는 인간들로 하여금 줄어드는 일자리를 걱정하게 하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했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18세기 중엽 많은 공장근로자들이 기계를 파괴하고 그 발명자 등에게 폭행을 가했던 사실이 오토메이션에 대한 인간의 불안을 단적으로 대변한다. 오토메이션이 경기불황과 함께 실업률증가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최근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금년의 실업률은 작년보다 0.4% 포인트 높아진 2.8% 포인트로 54만여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 요인으로 지목된 것이 첫번째가 경기부진에 따른 고용 감소추세요,두번째가 오토메이션에 따른 신규인력 흡수력 격감추세다.
그러나 요즘 실업사태의 특이한 현상으로 10대,20대의 낮은 연령층과 대학졸업자 등 고학력층의 실업률이 나날이 높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래도 예삿일이 아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이른바 3D직종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이 「고급 실업자」로 쓸데없이 낭비하며 거리를 배회하리라는 것은 쉽사리 짐작이 가는 일이다.
실업자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전직실업자,곧 직업을 바꾸기 위해 직업을 버렸다가 실직상태로 남게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얼마전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보수가 적다」는 이유가 39.4%,「장래성이 없다」는 이유가 17.7%에 달해 안이한 직업관을 보여주었다. 「노동은 신성하다」고도 하고,「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고도 한다. 한꺼번에 많은 것,큰 것을 얻고자 하는 일반적인 풍조에도 문제가 있지만 젊은이들에게 일하는 보람과 즐거움을 일깨우게 하는 것도 실업률을 최소한으로 줄이는데 크나큰 도움이 될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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