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자민」 얽매여 임시 제휴/「야 7당연정」으로 가는 일 정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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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치개혁 여론에 밀려 동참/노선달라 오래 가긴 어려워
일본에 새로운 정치실험이 시작됐다. 총선에서 과반수에 육박하는 의석을 얻은 정당이 연립정권에서 배제되고 7개 군소정당에 의한 연립정권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연립정권을 수립키로한 7개 정당은 기본정책에서 상호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정책만 놓고 본다면 7개정당중 사회당과 사민연을 제외한 다른 정당의 경우 오히려 자민당과 공통점을 많이 갖고있다.
○“1당지배 종식”
그런데도 총선결과 연립정권 수립에 열쇠를 쥐고 있던 일본신당과 신당 사키가케는 28일 자민당과의 연정을 거부하고 비자민 연립정권 수립을 정식으로 선언했다. 정책이 같은 정당끼리 제휴하거나 연립정권을 수립하는 것은 당연하나 당의 기본노선이 달랐던 정당이 연정만을 위해 이처럼 힘을 합치는 경우는 드믄 경우에 속한다. 또 연립정권 수립에서는 연정참여정당 가운데 가장 의석수가 많은 정당에서 총리가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에 수립되는 일본의 연립정권은 7개정당중 가장 큰 정당인 사회당이 아니라 두번째(신생당) 또는 네번째(일본신당) 정당에서 총리가 나오기로 되어 있다. 자민당은 이를 두고 야합이라며 맹비난하고 있으나 대세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것 같다. 여론도 비자민·비공산 연립정권 수립을 환영하고 있다. 우선 바꿔놓고 보자는 것이 일본 여론의 주류다.
이는 현재 일본정치가 안고 있는 폐해의 대부분이 정권교체없는 자민당 1당 지배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부패,정·관·재계의 유착,의회기능의 마비,특정 이익집단과 밀착된 족의원과 관청의 종속적인 정책결정 관행,여·야당의 고정화 등이 1당지배의 폐해로 거론되고 있다. 우선 정권을 바꿔 같은 폐해의 온상인 선거제도 등 정치제도를 개혁하자는,오로지 한가지 목적에서 여론은 비자민 정권수립을 환영하고 있는 것 같다. 정치와 재계의 유착,즉 자민당과 재계의 유착관계는 이미 균열이 가는 등 정권교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반부패 입법합의
일본 재계의 총본산이라 할수있는 경단연은 자민당만이 아니라 보수 신당에도 정치자금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회·신생·일본신당 등 7개정당은 28일 외교·안보·재정 등 기본정책에 대해 『과거의 정책을 계승한다』며 각당간 기본정책의 차이점을 얼버무렸다. 이들은 소선거구·비례대표 병립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정치정화,부패방지 등 정치개혁 관련법안을 9월중 임시국회를 소집해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이번 정권은 정치개혁에 최중점을 둔 긴급·잠정정권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일본신당과 신당 사키가케는 의석수가 48석밖에 안되는데도 연립정권 수립을 좌우했다. 이들 두개정당은 자민당 1당지배 종식과 정치개혁안이란 공약에 발이 묶여 사회당 및 신생당과 별로 탐탁치 않은 연정수립에 동의했다. 비자민세력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결과적으로 자민당 단독 소수정권 수립을 도와줬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새 정권은 올해 선거제도 등 관련법안을 통과시킨뒤 내년초께 다시 총선을 실시할 공산이 크다. 지금은 정치개혁이란 명분에 밀려 각당의 지도부가 당내불만 세력을 억누르고 힘을 합칠 수 있으나 예산편성·원자력발전 등 각종정책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연정이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 그래서 몇번의 총선을 통해 정계개편이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1년내 총선예상
정계개편 과정에서 자민당보다도 사회당이 더욱 큰 시련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당은 이번 연정 수립과정에서 호헌·반자위대·반원자력발전·미일 안보조약 및 한일 기본조약에 대한 종래의 주장을 관철시키지 못한채 과거정책을 계승한다고 양보했다. 사회당은 총리후보도 양보했다. 이에따라 사회당 내부와 사회당 지지층에서 『사회당의 존재의의는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는 등 반발이 일고 있다. 자민당도 가토(가등) 그룹 3명이 총재선거에 불만을 품고 자민당을 이탈하는 등 자민당 총재선거와 정계개편 과정에서 다시 분열될 가능성도 많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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