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40주년의 다짐(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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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년1개월간에 걸친 6·25동란의 총성이 멎은지 27일로 40년이 지났다. 우리국민의 72.6%가 휴전이후 세대가 될 정도로 6·25는 이제 먼 지난날의 일이되었다. 그동안 소련과 동구 공산권이 해체돼 전 세계적인 냉전체제도 무너졌다. 그간 세상은 그렇게도 변한 것이다.
그런데도 한반도의 휴전체제는 40년의 세월에도 변하지 않았다. 전쟁도 평화도 아닌 임시적인 휴전체제가 그대로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휴전협정이라는 것은 전쟁상태를 평화상태로 바꾸기에 앞서 일시적으로 무력 적대행위를 중지하기 위한 군사협정이다. 전쟁상태를 끝내고 평화상태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평화협정 등 항구적인 협정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그러나 1954년의 제네바 정치협상이 실패하면서 남북한의 전쟁도 평화도 아닌 휴전상태는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
이런 임시적이고 엉거주춤한 상태는 가급적 빨리 영구적이고 정상적인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그 방법으로는 국제법상으로 두개의 실체를 인정하고 휴전선을 상호 불가침에 합의하는 「국경선」으로 바꾸는 방법과 하나의 국가연합 또는 연방하의 「국내경계선」으로 삼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러자면 남북한과 미국 등 휴전체제의 당사자간에 허심탄회하고 전지한 대화가 필수적이다.
문제는 그러한 대화분위기와 자세가 지금까지 성숙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한반도는 중동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된 위험지역이다. 휴전선에는 2백만에 가까운 중무장 병력이 대치하고 있다. 지난 40년간 북한은 대소의 도발행위로 42만3천5백여건의 휴전협정 위반행위를 저질렀다. 폭 4㎞의 비무장지대중 북쪽의 반은 상당부분 요새화되었다.
지난 몇년새에는 북한의 핵무기개발이 국제사회의 새로운 불안요소로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남북한간의 국민총생산(GNP) 14대 1,1인당 소득 7대 1이란 경제력 격차에서 필연적으로 빚어지는 체제위기를 북은 핵으로 버티려 기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북한핵 해결과정에서 북한­미 회담이 시도되고 남북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것이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으로 이어지리라고는 현단계에서 전혀 기대할 수 없다.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고 남북대화가 진척돼 완전한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되기까지 우리는 불안한 휴전체제에서 살수밖에 없다. 지구단위에서는 냉전체제가 무너졌더라도 한반도에 그 잔재가 남아 있는 한 안보에 대한 경계심을 늦춰선 안된다. 적정한 전력의 유지와 함께 우리 체제의 건강도를 높일 민주화와 국가경쟁력 강화에 힘을 모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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