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워즈네거 『마지막 액션…』서 대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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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터미네이터」아널드 슈워즈네거는 80년대 초 만해도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는 미스터 유니버스 출신의 보디빌더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인물이었다. 몇몇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긴 했지만 어느 누구도 이 오스트리아 출신의 촌뜨기가 「연기」를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독일식의 서툰 영어발음에다 우람한 근육 외에는 내세울 것이 없는 그에게 스타로서의 잠재력은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그는 할리우드에서 최고의 출연료를 받는 거물로 성장했고 단순치 액션뿐 아니라 코미디 등 다른 영역에서도 성공적인 연기를 펼쳐보였다
그가 스타로 떠오르는 발판을 만든 영화는 제임스 카메론이 감독한 84년의 B급SF영화 『터미네이터』다 이 영하에서 그가 맡은 역(미래세계에서 파견된 냉정하고 잔인한 사이보그역)은 그의 일생일대적역으로 평가된다. 그후 『트윈스』 『토탈리콜』 『터미네이터2』로 이어지는 그의 승승장구는 이제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아 보였다.
할리우드의 제작자들이 그를 높이 평가하는데는 그가 미국 외의 해외시장에서 더욱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그의 주연작들은 거의 예외 없이 해외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실베스터 스탤론이나 멜 깁슨 같은 스타에 비해 미국적인 가치의 적나라한 노출이라는 요소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외국관객들이 그에게 거부감을 덜 느낀다는 것이 그 원인으로 지적된다.
그의 7천만 달러 짜리 신작 『마지막 액션 히로』그런 그가 자신의 스타이미지를 판돈으로 내걸고 거창한 도박에 뛰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는 이 영화에서 액션스타로서 굳혀온 자신의 이미지, 아둔하지만 인간미 넘치는 정의의 구현자라는 이미지를 대놓고 조롱하고 야유한다. 심지어 그는 자신이 마지막 액션영웅으로 기억될 것이라는 엄청난 욕심(?) 마저 서슴없이 드러낸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흥행실패는 불행하게도 그의 이러한 야심적인 시도가 별 호응을 받지 못했음을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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