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부는 「작은선거」바람/민자의원 「보좌관모임」새 회장 경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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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정·민주계서 2명씩나와 관심/당선땐 버젓한 사무실·여비서도
이달내내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의원회관에는 「작은 선거바람」이 불고 있다. 민자·민주당의 국회의원들을 뒤에서 보좌하는 보좌관(별정직 4급)들의 모임이 각기 새 회장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26일 경선을 앞둔 민자당의 경우 출마선언을 한 회장 후보들이 의원회관의 각방을 돌며 한표를 호소하느라 정신이 없다.
「민자당 보좌관협의회(민보협)」와 「민주당의원보좌관협의회(민의협)」가 모임의 명칭이다. 90년에 출범한 민보협은 민자당소속 1백71명 보좌관들만의 모임이지만 지난해 6월 결성된 민의협은 일부 비서관(5급)들을 포함해 1백2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보좌관은 비록 각자의 보스를 모시는 입장이지만 대체로 정치성향이 강하고 의정실무에 경험이 많아 의원들도 무시하기는 어려운 존재.
이중 민주당의 민의협은 지난 14일 총회를 열어 김생기 초대회장(47)의 후임으로 안병원보좌관(47)을 회장으로 선출했다. 김 전 회장은 사촌형인 김원기 최고위원의 보좌관이며 안 신임회장은 박정훈의원을 보좌하고 있다.
민자당의 민보협은 현재 4명이 출사표를 던진 상황. 김운환의원의 보좌관인 김종수씨(48)와 허재홍의원의 최도열보좌관(42)이 출마를 선언했고 22일 조정제(이현수의원)·김재한(최재욱의원)보좌관이 후보등록을 마쳤다.
민보협의 초대·2대회장은 이재호씨(김영광의원 보좌관),현 회장은 정병국씨(권익현의원 보좌관)로 모두 민정계였는데 이번에는 민정·민주계가 각각 2명씩 출마해 선거결과가 주목된다. 한 민정계보좌관은 『팽팽한 경선이라면 민정계가 절대 유리하지만 당내에서도 계파니 뭐니 시끄러운 판에 우리까지 시비에 휘말리지는 말자는 것이 다수의 생각』이라고 민주계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점쳤다. 어떻든 「보스」들의 세력판도 변화에 보좌관들도 영향을 받는 셈.
보좌관 모임은 친목단체다. 6공 들어 한때 노조결성얘기도 나왔으나 「딸린 몸」이라는 여건상 불가능했다. 모임의 활동은 자질함양을 위해 세미나를 열거나 체육대회로 친목을 다지는 정도. 회장이 되면 의원회관 8층에 버젓한 사무실을 배정받고 여비서도 두게 된다. 민보협의 경우 월 1만원,민의협은 2만원(운영위원은 3만원)씩의 회비를 거둬 운영한다.
보좌관들은 농반진반으로 「3선급」,「4선급」으로 서로를 부른다. 신출내기도 있지만 경력이 오랜 보좌관들도 수두룩하기 때문. 민보협경선에 나선 김종수씨의 경우 8대국회부터 보좌관을 지낸 탓에 모시던 의원이 낙선한 기간을 빼면 「5선보좌관」으로 불린다. 최도열씨는 구민주당에서 중앙청년위 사무차장,민추협 훈련국장까지 지낸 당료출신의 국회의원 지망생.
그러나 정작 의원들은 보좌관 모임에 대해 「소닭보듯」하는 정도. 체육대회 같은 행사에 찬조는 하면서도 『나만 충실히 보좌하면 됐지 무슨 모임인가』하는 생각에서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의원들이 많다고 한다.<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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