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 전환」 싸고 논란|한일합섬 수원 공장 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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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경기 지역의 대표적인 직물 생산 업체인 한일합섬 (주) 수원공장이 3년여 동안 계속돼온 적자 경영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구책으로 공장 부지를 일반 택지로 전환, 아파트를 건립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나 수원시는 지역 경제 낙후 등을 이유로 신규 업종 전환을 요구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지난 74년 조원동 111일대 14만평 (현재 8만6천평)에 설립된 한일합섬은 섬유 경기가 활발했던 86∼87년까지 만도 한해 2백50억여원의 흑자를 기록했으며 종업원수도 4천∼5천명에 이르렀던 대기업.
그러나 섬유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든 90년 후반부터 적자가 발생, 지난해에는 무려 5백40억원의 적자를 내고 종업원수도 현재 1천1백63명으로 줄었다. 이 가운데 한일고생 7백49명을 제외하면 일반 종업원은 4백14명에 불과하다.
이같이 적자 경영이 계속되자 회사측은 지난해 5월과 지난 4월 인도·중국으로 공장 일부를 이전한 것을 비롯, 다음달까지 현 생산 라인의 70%이상을 외국으로 이설키로 했다.
또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지난 4월 그룹내에 건설 사업부를 가동, 수원 공장 부지에 아파트 등을 건립한다는 내부 결정을 내리고 수원시에 현재 준공업 지역인 수원 공장 부지를 택지로 용도 변경 시켜줄 것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발송했다.
이에 대해 시측은 『첨단 산업 등 타 신규 업종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며 사실상 용도 변경 「거부」 의사를 밝혀 지난달 24일 2차 건의서를 발송해 놓은 상태.
회사측은 건의서에서 ▲90년초부터 섬유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어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데다 ▲3D 기피 현상·현장 인력난·인건비 상승 등으로 회생이 불가능해 택지로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한일측은 또 업종 전환을 추진했으나 여신 관리 규정상 불가능하고 매매를 시도했었으나 지가 상승으로 매입자를 찾을 수 없어 사면초가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수원시는 가뜩이나 공업 지역이 부족한 터에 한일합섬 부지를 용도 변경할 경우 공업 지역이 줄어들어 일터가 줄어들고 지역 경제 발전의 장애 요인이 된다며 택지 전환을 반대하고 있다.
특히 수원이 수도권 정비 권역 (인구 제한)에 묶여 있기 때문에 현 공장 부지를 주거 지역으로 전환해준 뒤 추가 공업 지역 지정 (대토)이 어려워 공업 지역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현 용도를 활용, 아파트형 공장 등을 건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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