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디자인 포장 개발원」 빌딩-대형 벽화로 담장 꾸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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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산업디자인 포장 개발원의 담장이 27명의 디자이너 작품으로 꾸며지게 됐다. 산업디자인 포장 개발원 (원장 유호민)이 한국 현대 디자인 실험 작가 협회 (회장 백금남·성균관대 산업디자인학 교수)에 의뢰, 오는 8월21일 오전 11시 제막식을 갖게 될 이 담장 벽화는 국내 디자인계 사상 처음으로 이뤄지는 이벤트일 뿐 아니라 규모 면에서도 총 길이 45m에 이르는 초대형 벽화여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국 디자인의 메카」로 상징되는 이 디자인센터 빌딩 (동숭동 대학로 입구)의 담장을 디자인의 생활화 차원에서 디자이너들 작품으로 꾸며보자는 논의가 일게 된 것은 지난달 23∼28일 디자인 센터에서 열렸던 「서울-스칸티나비아 그래픽 포스터전」이 계기.
한국 현대 디자인 실험 작가 협회가 노르웨이·핀란드·스웨덴 등 북유럽 5개국 그래픽디자이너 69명의 작품 1백60점과 협회 회원들의 작품들을 나란히 선보였던 이 전시회를 보러온 유 원장은 그 자리에서 백 회장에게 그래픽 디자인으로 디자인 센터 담장을 꾸며 일반인들에게 디자인을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던 것.
백 회장은 디자이너들의 사회 봉사 차원에서 이 일을 흔쾌히 수락, 30면으로 나뉘어 있는 담장을 회원 한사람에 한 면 (가로 1m50cm·세로 90cm)씩 맡아 꾸미기로 합의했다.
담장 벽화의 주제는 「21세기의 이미지」. 각 작가의 지금까지의 작업 세계를 가능한 한 살리도록 하되 작품 완성 후 전체적인 조화를 고려, 추상적이고 기하학적 형식으로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백 회장은 『담장 벽화는 일종의 환경 조형물로 전시장을 찾는 이들처럼 여유를 가지고 작품을 세밀히 감상하지 못하고 무심코 지나치는 행인들이나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이 잠시 머무르는 정도가 보통이어서 가능한 한 추상성을 살려 단순화시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벽화 제작에 참여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백금남·정신공·안용욱·이호명·신선옥·김금재·강병돈·최성규·이인철·김병옥·신연호·오재웅·이애리·현영호·박인성·이수민·조원숙·최종애·김선화·김준교·장호철·전부일·육영란·정창준·백승순·이경현·김창경씨.
이들이 실제 벽화 크기의 절반 크기로 시안물을 그려 제출하면 도공들이 이를 확대해 벽에 옮겨 그리게 된다. 이후 작가들이 5일간 벽화와 원화를 대조해 수정하는 등 보완 작업과 서명 과정을 거처 마무리짓게 된다.
현재 디자이너들이 그린 시안물이 협회에 제출돼 있는데 22일부터 도공들의 작업이 시작될 예정이다.
백 회장은 『사회 봉사 차원에서 무료 제작키로 했다』고 밝히고 『단순한 조형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 생활을 공유하는 정신적 도구로서의 역할을 표현하는 21세기 디자인의 이미지를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현대 디자인 실험 작가 협회는 지난 69년 창립, 현재 98명의 회원을 두고 있으며 회원전 및 해외 교류 전시회를 50여 차례 가진바 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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