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함대 "양분 앞서 양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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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때「무적함대」로 서방진영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구 소련의 흑해함대가 내우외환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의「소유권 분쟁」으로 오는 이년 둘로 갈라지게 되는 구 소련의 흑해 함대는 러시아 계와 우크라이나 계로 편이 갈린 함대원들 간의 내분으로 벌써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구 소련 연방의 해체이후 모 항인 세바스토폴시가 우크라이나 공화국에 편입되자 흑해 함대의 소유권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여 지난달 17일 흑해함대를 50대50으로 균등 분할키로 협정을 맺었다. 흑해함대 분할문제의 당사자들인 함대원들 또한 의견이 완전히 반으로 갈라져 있는 상태다.
함대 원들은 한가지 사실에 대해서만은 모두 공감하고 있다. 그것은 함대가 양분돼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하나로 남게 될 흑해 함대가 러시아 깃발을 달아야 하는가, 우크라이나 깃발을 올려야 하는 가에 대해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 계인 흑해함대 대변인 안드레이 그라체프 대령은『근시안적인 정치가들의 배신에 분노를 삭일 수 없다』며『단일 함대인 흑해함대를 어떤 기준으로 양분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그라체프 대령은 이 때문에『병사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고 우리 함대의 전투능력은 완전히 제로 상태』라고 한탄했다.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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