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윤봉길의사 사당 '朴전대통령 현판'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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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헌(梅軒) 윤봉길(尹奉吉)의사 사당인 충남 예산군 덕산면 시량리 충의사에 일제 때 일본군 장교와 소학교 교사를 지낸 고(故)박정희 대통령의 휘호(사진)가 걸려 있어 철거논란이 일고 있다.

충의사(사적 229호)는 1967년 윤봉길의사 생가 주변 성역화 사업의 일환으로 건립됐으며 충의사 본전에는 尹의사의 영정이 봉안돼 있다. 충의사에는 해마다 추모객 7~8만명이 찾고 있다.

朴대통령은 尹의사 의거일인 68년 4월 29일 충의사 준공식에 참석, 친필로 '忠義祠'란 휘호를 작성했다.

검은색 바탕에 흰색 글자로 쓴 휘호는 충의사 건물 중앙에 걸려있다. 휘호 현판 우측에는 세로로 '1968년 무신년 4월 대통령 박정희'라고 적혀 있다.

이에대해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부 양수철(45)지부장은 "일제 때 일본군 장교로 있으면서 독립군을 탄압한 박정희의 현판이 尹의사 사당에 걸린 것은 수치스럽고 민족혼을 짓밟는 일"이라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측은 13일 서천군 군민회관에서 긴급 모임을 갖고 예산군에 우선 오는 광복절(8월15일)까지 휘호를 철거해 줄 것을 요청키로 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군이 이때까지 휘호를 철거하지 않을 경우 직접 철거에 나서기로 했다.

한편 2001년 3.1운동의 성지인 서울 종로 2가 탑골공원 정문에 걸린 '삼일문'현판이 박대통령 휘호로 밝혀져 당시 강제 철거된 적이 있다.

충의사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지지를 받고 있는 대통령이고 현판이 걸렸다고 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도 별로 없다"며 "대통령 이전의 과거 행적을 이유로 현판 철거를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 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尹의사는 일제 강점기인 18세 때 중국 상하이(上海)로 건너가 김구(金九)가 이끄는 한인애국단에 가입, 독립운동을 하다 1932년 4월 29일 상하이 훙커우(虹口) 공원에서 열린 소위 천장절(일본왕 생일)과 승전 기념 축하식장에 폭탄을 던졌다.

이 바람에 尹의사는 그해 12월 19일 오전 7시40분 일본 육군형무소에서 25세 나이로 순국했다.

예산=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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