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다당체제」 맞은 일 정국/새 신당 약진·자민약화·사회참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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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당체제 붕괴 정권교체 제1보/불안한 「3극」… 소기해산→재선거 시각도
이번 총선은 38년간 이어온 자민당의 장기 1당 지배체제를 거부하고 정권교대에 대한 제1보로 기대될 수 있는 보수다당화가 유권자들 손에 의해 이뤄지게 됐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선거결과는 지난달말의 동경도 의회선거에서 나타난 유권자의 의사를 거의 그대로 반영하고 있디. 투표율이 극히 낮은 점까지 포함해 동경도 의선은 국정선거의 선행지표가 된 셈이다.
낮은 투표율은 수도권에 집중됐으나 신당후보자를 대거 당선시킴으로써 투표율이 낮으면 고정지지층이 두터운 기성정당이 유리하다는 종래의 일반적 인식을 깨기도 했다. 총선결과를 보면 ▲3개 보수신당(신생당·일본신당·신당 사키가케)의 약진 ▲사회당의 역사적 참패 ▲분열상태의 현상유지에 그친 자민당의 약체화 등 3가지 특성을 지울 수 있다.
○총리지명전 돌입
전번 선거에서 소비세와 리크루트사건의 비판으로 단독득세를 했던 사회당은 정치개혁과 대국민경제 정책부재로 이번에는 반대로 참패를 겪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보수당들의 입지를 넓혀줬다.
숫자로 봤을 때 55년의 보수합동과 사회당 통일이라는 소위 「55년체제」의 확실한 붕괴와 함께 향후 정국의 열쇠가 보수신당의 손으로 넘어갔음을 나타내주고 있다.
일본정국은 임시국회에서의 총리지명 선거를 향한 각당의 치열한 득표공작에 돌입하게 됐다.
자민당과 비자민·비공산(신생·사회·공명·민사·사민련)세력의 당대 진영이 모두 과반수(2백56석) 확보에 실패,이번에 약진한 일본신당·신당 사키가케의 움직임이 정국방향을 좌우하는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이와함께 자민당은 내부적으로 당분열의 책임을 물어 미야자와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해졌고,창당이래 최저의석으로 떨어진 사회당에서도 야마하나 사다오(산화정부)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에 대한 책임추궁이 전개될 것이 분명하다.
이같은 당내정세를 받아들여 총리측근은 19일 새벽 『총리는 책임을 통감하고 있어 당 4역과 상담,사임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이날 오후 예정된 기자회견에서 퇴진표명이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책임추궁 따를듯
미야자와 총리는 당초 사민당이 과반수 확보는 어렵더라도 2백30석정도면 자민당 안정화를 기할 수 있는 명분이 있다고 보고 차기총리를 생각했으나 빗나갔다.
자민당은 정권유지 자세를 견지하면서 일본신당과 신당 사키가케를 협력요청의 상대로 잡고있다. 그러나 이들은 「자민당의 근본적 개혁」을 제휴의 전제로 들고 나오고있어 자민당 내부에선 미야자와 총리와 집행부의 쇄신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야자와 총리가 퇴진결의를 할 경우 차기총리에 소위 개혁파로 등장한 고토다 마사하루(수등전정청) 부총리겸 법상,가이후 도시키(해부준수) 전 총리,하시모토 류타로(교본용태랑) 전 대장상 등이 거명되고 있다.
한편 연립정권을 노리는 비자민 각당도 일본신당과 신당 사키가케를 끌어들이겠다는 태세지만 정치개혁에 대한 이념이 다르다는게 신당측의 주장이고 게다가 사회당이 참패함으로써 결속력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에 이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은 아직 약하다.
그러나 총리지명선거의 캐스팅보트을 쥔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 일본신당과 다케무라 마사요시(무촌정의) 신당 사키가케 양대표는 19일 회합을 갖고 금후 대응을 논의할 예정으로 있을 뿐 아직 어느쪽에도 기울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차기정권 구성이 극히 유동적인 상황이다.
어떤 식으로 정권구성이 되든 일본의 차기정권은 불안정을 피할 수 없다. 자민·사회당 주도 정치붕괴로 새로이 나타난 3극체제 자체가 유동적인 것이다. 벌써부터 조기해산,재선거를 점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신정치체제는 총선에서 진 기성정당에도 이긴 신정당에서 큰 시련의 시대라고 지적된다. 기성정당들은 정치개혁을 실현하지 않으면 인될 입장이 됐고,신정당들은 책임있는 정책과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는 여론의 압력을 선거승리의 대가로 받아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유동화·불안정이 오히려 일본정치의 구태를 벗고 세계 룰에 맞는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와함께 앞으로 일본정치는 정치개혁 등의 정치논리 싸움에서 생활대국을 지향하는 대국민 정책경쟁으로 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구태벗고 탈바꿈
총선전 언론의 여론조사에서도 국민들이 정치개혁도 중요하지만 의료·복지·연금·생활 등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따라서 이번 총선은 일본정치가 생산자(정계·관계·재계) 중시에서 소비자(국민)중시로 가야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교훈적 의미도 담고 있다고 볼수 있다.<동경=곽재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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