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수사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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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상훈씨,정 의원 부인하자 “내가 썼다” 자백/검찰,권 국방 동생 금품수수 해명에 안간힘
율곡사업 비리 검찰수사는 16일 이종구 전 국방장관 등 전직 군 고위관계자 4명 소환에 이어 이날 밤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을 조사하는 등 수사마무리를 향해 숨가쁘게 진행됐다.
○…검찰은 대우 김 회장이 김호용의원에게 정치자금으로 전달해 달라며 이상훈 전 국방장관에게 건네준 1억2천만원을 이 전 장관이 횡령했다는 혐의내용을 입증하는데 마지막까지 애먹었다.
이 전 장관은 『정 의원이 「그 돈은 너나 가져라」고 거절해 김 회장에게 되돌려주려 했지만 김 회장이 「그럴 필요없다」고 말해 내가 가졌다』며 『친구들에게 전화 한통화면 그런 돈은 두시간안에 마련할 수 있는데 치사하게 돈을 가로채겠느냐』며 혐의사실을 강력히 부인.
그러나 끈질기게 혐의사실을 부인하면 이 전 장관은 검찰이 『그 돈은 만져보지도 못했다』는 정호용의원의 서면답변을 제시하자 결국 『사실은 김 회장에게 되돌려주려 했으나 연락이 안돼 돈을 가지고 있다 써버리게 됐다』고 자백했다는 것.
○…검찰은 권영해 국방장관의 동생 영호씨가 학산실업측으로부터 5천만원을 받았다가 감사원의 율곡사업 특감 직전 되돌려줬다는 사실을 감사원측으로부터 통보받고서도 덮어두려 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몹시 당황하는 모습. 검찰은 『개인간의 금전거래 관계로 조사할 필요성이 없어 조사하지 않았다』고 해명하다 사건이 의외의 파장을 불러일으킬 조짐이 보이자 부랴부랴 학산 정의승씨와 영호씨를 불러 조사. 검찰은 그러나 이 조사가 『본격적인 수사가 아니라 단지 진상을 알아보자는 차원』이라고 밝혀 권 국방 문제는 계속 감싸고 도는 인상.
○…16일 오전 10시45분쯤 임성재변호사를 대동하고 자신의 승용차편으로 대검청사에 도착한 이종구 전 국방장관은 청사 계단에 포진하고 있던 50여명의 사진기사들을 뿌리치고 서둘러 청사안으로 들어갔으나 뒤쫓아간 사진기사들의 항의로 다시 건물밖으로 나와 포즈를 취하는 촌극을 연출.
이 전 장관은 그러나 사진촬영을 마치고 기자들에게 『수고가 많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는 등 애써 여유.
○…오후 1시55분쯤 변호사를 동반하지 않은채 자신의 슈퍼살롱 승용차편으로 도착한 김철우 전 해군 참모총장은 소명자료라고 밝힌 노란색 봉투를 들고 엘리베이터로 직행. 김 전 총장은 『혐의사실을 인정하느냐』 『억울한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든 것은 조사후 밝혀질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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