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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해적선 출몰”/국제문제 비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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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중국해·북한해역등 잇따라 피습/중국기관 개입설로 러·일 바짝 긴장
서해와 동중국해에 해적선이 출몰해 이곳을 항해하는 선박들을 검색,또는 위협해 화물을 빼앗는 사례가 늘고 있어 유엔을 비롯한 국제해운국 등 국제기구와 관련피해국들이 자구책에 고심하고 있다.
북한의 2천t급 화물선 고무산호가 지난 14일 홍콩 영해 외곽 웨이글런도 부근에서 탑승선원 36명과 함께 납치됐다가 풀려나기도 했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서해의 공해에서 자국 상선의 통행을 보호하기 위해 군함을 파견할 예정이어서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강대국간의 군함외교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해적활동에는 중국의 공안부가 개입되어 있다는 주장때문에 피해를 가장 많이 당하고 있는 러시아·일본과 중국의 관계가 미묘해질 전망이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이 지역의 해적활동을 국제면 톱기사로 다루면서 러시아 함정과 중국 함정간의 충돌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과거 식민지시대에 유럽의 열강들이 중국을 침략할 때 자국상선 보호 명목으로 군함을 파견,아편전쟁을 일으켜 중국의 일부를 식민지화한 사례때문에 중국연안에 러시아 함정 등이 출현하는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철강을 싣고 중국으로 향하던 러시아의 화물선 발레리 볼코프호가 중국의 연안경비정에 검색을 당했다.
비록 화물을 빼앗기지는 않았으나 당시 이 화물선은 한국해역에 있었다는 것이 러시아의 주장이다.
한달전에는 러시아의 트롤어선이 중국의 연안경비정에 억류됐고 지난 1월에는 두척의 화물선이 서해에서 해적을 당했다고 본국에 보고했다.
일본 외무성도 일본의 화물선이 서해와 동중국해의 공해에서 비슷한 경우를 당한 예가 많다고 확인하고 있다. 이러한 해적행위를 하는 배들이 국적을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으나 많은 경우 중국군복에 중국제 무기에 중국말을 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당연히 중국정부에 의심이 쏠리고 있다.
해적행위가 일어나는 지역은 동중국해에서부터 서해의 북한 인접해역에 이르기까지로 특히 빈도가 가장 많은 지역은 홍콩에서 베트남에 이르는 해역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적들이 선호하는 화물은 전자제품·자동차·일반상품으로 즉시 중국에 팔수 있는 물건들이다.
몇몇의 경우 이들은 중국의 공안국 소속임을 밝히고 압수물품에 대한 접수증까지 발급하는 경우가 있다. 이미 국제해운국은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 해적선 감시센터를 설치해 감시와 신고를 받고 있으며 유엔도 이 지역의 해적행위를 줄이기 위한 관련국의 협조를 모색하고 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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