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제2라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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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무역흑자 감축 약속」 양국 해석달라/일본/미 “제재” 으름장… 일 “한번 해보자” 반격
서방선진 7개국(G7) 동경회담을 계기로 극적인 타결을 본 것으로 알려졌던 미일간 무역분쟁은 회담이 끝난지 일주일도 채 안돼 다시 암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의 정치적 승리라며 빌 클린턴 대통령을 잔뜩 치켜세우던 미국 언론들도 사흘이 못가 비관적인 논조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정치적 승리”도 잠깐
이같은 결과는 회담 직후부터 예견된 것이다. 미국은 포괄 경제협의가 타결됨으로써 『미일 무역관계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기세를 올렸으나 일본의 반응도 의외로 냉담했다. 우선 자구해석부터 이견을 드러냈다. 「일본 무역흑자의 현저한 감축」이라는 합의문구에 대해 백악관 당국은 『일본 GNP의 2%선까지의 감축을 의미한다』는 해석을 달았으나,일본정부는 즉각 『구체적인 숫자는 거론된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일본의 반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오카마쓰 소자부로(강송장삼랑) 통산성 차관은 14일 서방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앞으로 2년동안 일본의 무역흑자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솔직히 말해 올해도 흑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거침없이 한 것으로 뉴욕 타임스지는 보도하고 있다. 양국 정상이 합의한 것은 어디까지나 원칙적인 방향설정일뿐 당장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일본이 미국에 대한 공식적인 경고를 준비하고 있다』는 기사를 워싱턴발로 15일 보도했다. 미국이 일본에 대해 무역제재 조치를 취할 경우 일본은 관련품목의 교역협상을 그만둘지 모른다는 요지의 편지를 구리야마 다카가즈(율산상일) 주미 일본 대사가 미키 캔터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전했다는 것이다. 일본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음을 명시적으로 통고한 것이다.
○일 “협상중단” 위협
당초 일본의 입장은 「관련품목」만이 아니라 「모든 무역협상」을 그만둔다는 것이었는데,그나마 막후협상 과정에서 누그러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캔터 대표는 「불공정 교역행위에 대해 모든 국내법을 동원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내용을 답신에 담아 보냈다. 일본이 뭐라하든 미국은 미국의 기준에 따라 무역제재를 가하겠다는 당초 기본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미국의 이같은 강경정책이 논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떠나 일단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의회의 압력 때문이라도 일본에 관한한 뭔가 표를 내야 하는 것이 클린턴 행정부의 형편이다.
돈 부시 MIT 경제학 교수같은 경우는 대표적인 강경론자다. 그는 최근 비즈니스 위크지 기고를 통해 『일본이 시장을 개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교역목표를 설정하고,그것이 안되면 제재를 가하는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일본도 양보할 기미를 좀체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 관료들의 대미성토가 매우 직설적인데 대해 미국 언론들도 의아해할 정도다. 예컨대 오카마쓰 통산성 차관이 클린턴·미야자와 회담을 평가한 코멘트는 워싱턴 당국자들을 분노케하고 있다.
○관료들 잇단 대미 성토
그는 『정상회담에서 약속한대로 일본의 무역적자가 현저하게 감축되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은 일본에만 있는게 아니다. 미국이나 세계경제 여건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경 G7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일 양국이 화해의 실마리를 찾기는 커녕 『해볼테면 해보자』는 식의 경직된 분위기가 시간이 갈수록 더해가는 상황이다.<뉴욕=이장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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