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산업정책 혁명적 변혁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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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르노(자동차)·엘프 아키텐느(석유)·에어 프랑스(항공)·파리국립은행(BNP·금융)·롱-플랑(제약)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21개 국영기업체들이 오는 9월 민영화된다.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가 이끄는 프랑스 우파 정부는 만성적인 재정적자탈피와 경제회생을 통한 고용확대 및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상 최대규모의 민영화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서년 사회당이 집권하면서 국유화됐던 SNCF(프랑스국영철도)·GDF(프랑스 가스공사)·EDF(프랑스전기공사)·TV방송사를 제외한 대부분이 민간소유로 바뀌게 됨에 따라 프랑스 산업정책은 혁명적 변혁기를 맞게됐다.
이번 민영화 계획은 사회당정부의 국유화 조치를 환원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정치적 성격을 떤 86년 제1차 민영화조치와 달리 순전한 「돈」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3천1백70억프랑(약44조원)의 누적 재정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더 이상 재원을 보전할 방법이 없는 상태에 처해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14일께 민영화 법안을 완료하고 민영화위원회를 구성해 9월부터 매각대상 기업군을 선정, 발표한 뒤 본격적인 민영화를 추진한다. 올해말까지 4백억 프랑(5조6천억원)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매각기업의 가격을 산정하고 입찰절차를 진행할 민영화위원회는 경영상태가 양호한 기업부터 우선 매각할 방침이다. 에어 프랑스나 뵐(컴퓨터)과 같은 기업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어 매입자들을 쉽게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방면 엘프 아키텐느·롱-플랑 등은 경영기반이 탄탄해 매각이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엘프의 소유주식 중 50%를 매각할 경우 3백80억 프랑 내지 4백70억 프랑을 재정에 전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파리 주식시장에서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들의 자본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1차 민영화 때 제한했던 외국자본참여의 20% 상한 규정을 철폐했다.
이번 민영화조치는 전문 투자자들의 욕구를 자극하고 있으나 소액 투자자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여론 조사결과에 따르면 프랑스인 가운데 4%정도만이 새 민영화 기업의 주식소유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소액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즉 대상 기업 종업원이 주식을 살 경우 20%까지 할인해주고 최고 3년에 걸쳐 분할지불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 기업의 민영화는 대상기업의 규모가 세계적인데다 외국자본의 무제한 참여까지 허용하고 있어 세계의 기업판도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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