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교육혁명 중] 뜨거운 독자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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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반응은 표현 방식부터 이렇게 다양했다. 그러나 개혁이라는 화두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했다.

"교육에 대한 근본적 철학부터 재검토하고 장기간에 걸쳐 경쟁력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봅니다. 새해 벽두의 화두에 고마움을 느낍니다."(이영대ydlee2)

공감과 반박이 교차된 독자 반응에서는 우리의 교육현실에서 목말라하는 것이 무엇인지 여실히 드러났다.

"공.사립 구분 없이 학부모에게 학교의 예산과 교육과정을 공개하는 것이 교육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문종길nous0)

"평등 속의 차별, 차별 속의 평등이 요구된다. 학교와 교사에게 보다 많은 재량권을 주고 학생의 선택권도 넓혀야 한다."(이기현go21ok)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장이다.

교사 평가와 관련해선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실력이 없거나 촌지를 받는 교사는 과감히 해고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학교 선택권을 줘야 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좋은 배움터여야지 교사에게만 좋은 직장이어선 안 된다."(김영순wizard1)

"영국에서 한국으로 연수 온 어느 교사가 한국은 교사들의 천국이라고 말했다는 게 떠오른다. "(김동현eastring)

반면 학교평가나 교사평가에 대한 신중론도 있었다.

이상욱(sogang18)씨는 "객관적인 평가도구나 평가 전문가가 부족한 상태에서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으므로 철저한 검증과 준비가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전북의 한 전교조 교사는 "신중한 평가를 통해 교단에 적합하지 않은 교사를 가려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는 전화를 걸어왔다. 교사 평가와 관련해 전교조 측의 비난을 예상했는데 의외였다.

조인스닷컴이 운영 중인 '디지털 국회'의 '교육마당'에서도 네티즌들의 논쟁이 벌어졌다. '전 국민이 교육 전문가'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네티즌들은 시리즈에 호응해 교육개혁의 방법론을 다양하게 제시했다.

디지털 국회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윤길수(전 대학교수)씨는 '교사의 경쟁력 제고(提高)는 윈-윈(win-win) 전략을 써야 성공한다'는 글을 통해 교사평가가 몰고 올 수 있는 교육 현장의 혼란을 예리하게 지적했다. 평가는 하되 교사들이 자긍심을 갖고 교단에 설 수 있게 해야한다는 논리였다. 이 글은 12일까지 무려 1천3백여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평준화와 사립학교의 '자율'을 둘러싼 독자들의 반응도 팽팽하게 맞섰다.

"가난하지만 능력 있는 아이들이 목표를 가질 수 있는 곳이 좋은 고등학교다. 언제까지 평준화라는 속임수로 가난한 아이들의 계층 상승의 꿈을 차단할 것인가."(박주식pakjusik)

"영국 등에서 명문 사립고는 엘리트적 귀족주의의 온상으로 부의 세습을 조장하며 국민총화를 해친다고 비판을 받고 있다. 과도한 교육열이 사회 생산성을 해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고교 입시경쟁까지 받아들이자는 것인가."(권혁빈hkwon)

부(富)에 의한 교육차별을 가져온 평준화를 깨야 한다는 시각과, 평준화 해체 이후 지나친 입시과열을 우려하는 입장이 부딪친 것이다.

교육 현장의 반응도 뜨거웠다.

교육부의 한 간부는 시리즈 매회 분을 모아 꼼꼼히 읽으면서 과장들에게 '일독(一讀)'과 '분석'을 지시했다고 한다. 교사 출신의 한 교육부 과장은 시리즈에서 다룬 내용들에 대해 "속 시원히 잘 지적했다"며 취재팀을 격려했다.

서울의 한 대학 총장도 학교 관계자에게 "시리즈 내용 중 벤치마킹할 만한 내용을 분석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한다.

또 한 학교장은 취재팀에 전보를 보내 "평준화를 개선하고 경쟁을 도입해 우수 인재를 양성해야 국가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방의 한 고교 교사는 영국 등 외국의 교사 평가 제도에 대한 자세한 자료를 취재팀에 요청하기도 했다.

시리즈를 비판하거나 실수를 지적한 사람도 있었다.

어떤 이들은 "주제에 맞는 해외 사례만을 골라 일반화했다" "비교 대상이 적절치 못했다"는 식으로 기사 전반을 비판했다. 시리즈 4회에 인용된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출신학교(해로스쿨)가 이튼 스쿨로 잘못 나갔다며 날카롭게 지적한 독자도 있었다.

독자들의 이런 다양한 반응을 통해 한국 교육에 대한 문제인식이 사뭇 다르고 해법도 각양각색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 교육을 이대로 둬선 국가의 미래가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인재를 키워 교육 경쟁력을 조속히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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