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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극않게 「쌀」자 함구령/클린턴 방한 뒷얘기 무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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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옷차림도 「부담」 안주기 신경/손명순여사를 「미세스 김」으로 호칭/수행원 명단·국회연설문 “지각통보”
클린턴 미 대통령이 1박2일간 방한한 동안에 발생한 뒷얘기를 추려본다.
○…클린턴 대통령은 방한 첫날만해도 잔뜩 긴장,굳은 표정이던 양국정상은 서로의 「호의」를 직접 확인한 11일에는 오랜 지기처럼 자연스럽게 상대.
○미담부각에 노력
그러나 김 대통령은 10일 공동기자회견때는 전례없이 굳은 표정이었고 양국정상은 박자가 안 맞아 발표문낭독·질문자 지명·답변차례가 뒤죽박죽이 되기도 했다.
또 10일저녁 공식만찬때는 미측이 사전합의와는 달리 통역을 내세우고 손명순여사를 「Mrs.Kim」으로 호칭하는 「차질」을 빚기도 했다. 이런 어색한 장면들은 오랜 야당생활의 김 대통령이나 미국 「시골」출신 클린턴 대통령에게 있을 수 있는 것들이지만 측근 참모들의 미숙도 한몫 했다는 평이다.
양국정상은 상대를 간곡히 배려,잡다한 불협화와 실수를 덮으면서 「미담」이 부각되도록 했다. 김 대통령은 잇따른 조찬회동때도 클린턴 대통령이 반팔차림으로 나타나자 긴팔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는 등 부담을 일절 안주도록 신경을 썼다.
클린턴도 한국측이 「질색」하는 쌀시장 개방문제에 대해서는 장상회담기간중 일절 언급 안되도록 해 「쌀」자도 안아오도록 조치했다는 후문이다.
○공동성명은 없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과거와는 달리 공동성명이나 공동발표문이 발표되지 않은채 양국 정상이 각각 정상회담결과 발표문을 내놓아 눈길.
이와관련,외무부의 한 당국자는 『미국은 일년에도 수십차례 정상회담을 하기 때문에 일일이 공동성명을 발표하기 번거롭다는 판단아래 80년대 중반부터 결과발표문을 언론에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
○…10일밤 청와대에서 김영삼대통령 주최로 열린 환영만찬에 클린턴 대통령이 예정보다 8분가량 늦게 나온것과 관련,『클린턴이 무례하게 졸다가 늦게 왔다』는 등 말이 많았으나 사실은 워런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이 늦게 움직이는 바람에 의전팀들이 의도적으로 클린턴의 숙소인 대사관저에서 출발 시간을 5분여 늦췄다는 것.
○…외무부는 클린턴 대통령의 방한중 과거와는 달리 광화문일대 가로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왜 달지 않았느냐는 일부 지적이 나오자 『어느 나라의 대통령이든 공식방문(official visit)이 아니라 공식실무방문(official working visit)일 경우 양국 국기를 달지 않는 것이 우리가 새로 정한 외교 관례』라고 설명.
외무부 관계자들은 『클린턴 대통령이 주말에 방한한 것 자체가 형식이나 절차에 구애받지 않고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강력한 의사』라면서 『의전절차를 가능한 한 간소화해 나간다는 게 우리 정부의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의전완벽” 감사
○…클린턴 대통령은 서울공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기전에 우리측 의전실무자들을 일부러 불러 『완벽하고 친절한 대접에 매우 감사한다』고 일일이 악수하면서 『특히 청와대 만찬에서 선곡이 잘 됐더라』며 칭찬. 클린턴 대통령의 이같은 배려는 지난달 27일 내한한 미국팀 설발대 단장 베비 린지가 남편인 린지 백악관 인사국장에게 외무부 의전팀이 고생을 많이 했다고 강조함에 따른 것이라는 후문.
한편 미 의전팀들은 외무부 등의 의전팀이 치밀하게 업무를 수행하자 『대한민국의 의전(protocol)에는 불가능이 없다』면서 격찬했다고.
○…외무부는 미국측 수행원 명단과 클린턴 대통령의 국회연설전문을 뒤늦게 통보해주는 바람에 애간장을 태우기도. 통상 수행원들의 명단을 열흘 정도전에 통보해주는 것이 관례였으나 이번의 경우 미국측이 명단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클린턴 방한 이틀전에야 통보해주는 바람에 의전절차를 확정짓는데 애를 먹었다.
또 클린턴 대통령의 국회연설 원고도 보좌관들이 연설시간(10일 오후 5시)을 불과 2∼3시간 앞두고 일부 내용만 전화로 불러줬을 뿐 연설전문은 국회연설이 끝날때까지 보내주지 않았다고. 이 때문에 외무부는 수행원들을 수소문,연설이 끝난뒤 30분이 지나서야 연설전문을 구할수 있었다는 후문.<김진국·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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