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아들 호흡기 뗀 아버지 '살인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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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북부경찰서는 9일 뇌사 상태에 빠진 아들의 인공호흡기를 떼내 숨지게 한 윤모(51.전남 담양군 창평면)씨를 살인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윤씨는 전날 오전 11시쯤 광주 북구 한 병원 중환자실에 뇌사 상태로 입원 치료 중인 아들(27)의 인공호흡기를 떼낸 채 집으로 데려와 숨지게 한 혐의다.

윤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뇌사 상태에 빠져 1개월 가까이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회생 불능 판정'을 받아 담당 의사 몰래 아들을 데리고 나왔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이 전했다. 윤씨의 아들은 지난달 11일 오전 집 화장실 변기에서 넘어져 머리를 크게 다치면서 호흡 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이미 뇌사 상태에 빠졌다.

윤씨는 이번에 사고가 난 큰아들과 둘째 아들(24) 등 2남1녀를 두고 있다. 아들 둘은 초등학교 때부터 근육이 변형.위축되는 유전성 질병(진행성 근이영양증)을 앓아 윤씨는 20여 년간 두 아들의 병 수발을 해 왔다.

그는 식당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왔으나 두 아들 문제로 부인과 잦은 불화 끝에 4년 전 이혼까지 했다. 올 초 윤씨는 위암 수술을 받고 큰아들이 뇌사 상태에 빠지자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서 윤씨는 "앙상한 모습으로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아들을 그대로 놔두는 게 오히려 죄인처럼 느껴져 순간적으로 못된 생각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윤씨가 천하보다 귀한 아들의 목숨을 끊어 놓고 어찌 용서받을 수 있겠느냐며 울먹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윤씨의 죄가 무겁지만, 두 아들을 오랫동안 보살펴 온 점과 둘째 아들을 돌볼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이라는 사정을 감안, 불구속 입건했다.

광주=천창환 기자

◆안락사와 존엄사=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목숨을 끊는 것이 '안락사'다. 충분히 더 살 수 있지만 환자 의사에 따라 독극물을 투여하는 것을 '적극적 안락사'라 부른다. 회복 가능성이 작은 환자가 대상이면 '소극적 안락사', 회생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존엄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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