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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내 짝을 할아버지가 정하다니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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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한다-. 지당한 말이다. 누가 토를 달겠는가. 하지만 우리 부모 세대만 해도 결혼했기 때문에 사랑하는 경우가 적잖았다. 더 앞선 세대는 아예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집안끼리 정혼한 상대를 부부 관계로 받아들이며 평생 사는 경우도 흔했다. 이 '전설의 고향' 같은 이야기가 TV 드라마로 만들어진단다.

KBS 2TV에서 오는 19일(밤 9시50분)부터 방영하는 월.화 미니시리즈 '낭랑 18세' 가 그것이다. 정숙은 갓난아기였을 때 할아버지가 점찍어 둔 신랑이 있고 그와 결혼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물론 성인이 될 때까지는 얼굴 한번 보지도 못했다. 결국 정숙은 종가의 손주며느리로 들어가게 된다.

한편 남편 혁준은 안동권씨 종가의 종손답게 완고하고 깐깐한 엘리트 검사다. 정숙과 살면서도 그는 첫사랑의 기억에서 헤어나지 못한다.제대로 된 데이트 한번 해보지도 못하고 덜컥 결혼했으니 선뜻 정이 솟아날 리 없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랑의 감정이 서서히 커나가는 걸 느낀다. '낭랑 18세'는 이 고풍스러운 소재를 정색하고 다루는 대신 코미디풍으로 끌고 간다. '집안끼리의 정혼'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일이 현대에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코믹한가.

정숙 역에는 신세대 스타 한지혜(사진(左)), 혁준은 탤런트 이동건이 맡았다. 정숙은 이름처럼 다소곳한 편이 아니라 천방지축이다. 짧게 고친 교복치마를 입고 깻잎머리를 한 '오공주파'의 첫째 공주로 전형적인 '날라리' 여고생이다. 데뷔 2년 만에 어엿하게 주연 자리를 꿰찬 한지혜는 "부담도 많지만 신이 나서 하고 있다"며 "정숙의 캐릭터가 당돌하지만 귀여워서 마음에 쏙 든다"고 말했다. 이어 "대본을 읽어 봤을 때 웬만한 만화책보다 재미있었다.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MBC의 '대장금'이나 SBS의 '왕의 여자' 만큼 시청률이 안 나와도 후회는 없을 것 같다"며 의욕을 보였다.

실제로 정숙과 같은 처지가 된다면 결혼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그런 데는 시집가기 싫을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할아버지 때문에 억지로 결혼한다면 당연히 안 하겠지만, 그래도 혹시 상대 남자가 마음에 쏙 든다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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