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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통령 조사」 이 감사원장의 입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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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책임 가릴려면 지시내용 확인 필요/재임중 의혹 소명할 기회 주자는 것”
이회창 감사원장은 9일 회견에서 그동안 논란을 빚었던 전직대통령의 조사문제에 관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혔다.
1,이번 육곡사업의 감사대상은 국방부 등 그 사업 관장기관이고 당시의 대통령은 직접적인 감사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기관의 무기기종 선정 등 행위의 정당성이 문제된 경우에 그 행위가 대통령의 부당한 지시에 의한 것이라면 감사원은 사업관장기관 행위의 당부와 행위당사자의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하여 그 행위의 기초가 된 대통령의 지시내용과 타당근거를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
2,전두환·노태우 두 대통령에 관여하는 국방부에서 차세대전투기의 기종을 이미 선정된 F/A 18에서 F16으로 변경한 것이 노 전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에 의한 것으로 그 지시 자체의 타당성 유무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고 이러한 기종변경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이 개재되었다는 제보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감사원으로서는 이 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보아 무기생산업체로 계약 당사자인 외국 회사와 거래규제 기관인 미국의 FAO·SEC 등에 계약서·결산서 등 증빙서류,부패방지법 위반 관계 조사서류 등을 제공해 주도록 외무부를 통하여 협조를 구하는 한편,노 전 대통령의 측근을 통하여 노 전 대통령께 이 점에 관하여 소명하실 용의가 있는지를 타진해 보았으나 그 측근은 난색을 표했다.
3,율곡사업은 전력증강을 위한 계속사업으로 감사원의 감사지원은 사업집행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으므로 감사대상 사업분야중 차세대 전투기사업 분야만을 남겨두고 나머지 사업분야에 대한 감사를 종결처리하기로 했다.
4,그런데 감사원이 전직대통령에게 재임기간중의 행위에 대하여 소명 또는 답변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하여 대통령의 행위는 통치행위라거나 재량행위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통치행위는 국정의 기본방향을 제시하거나 국가적 이해를 직접 그 대상으로 하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국가의 기본정책으로 수립된 국가방위 전략에 따르면 그 정책의 구체적 집행과정에서 항공기와 같은 개개무기의 기종을 선정,구매하는데에 관한 대통령의 행위는 단순한 법집행적 작용에 불과할 뿐 고도의 정치성을 띤 통치행위라 볼수 없다.
5,전직대통령의 재임중 행위에 대하여 감사원이 소명이나 답변을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보복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다는 견해가 있으나 재임중의 행위에 대하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면 전직 대통령으로서도 스스로 국민앞에 자신의 견해를 떳떳하게 밝혀 의혹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므로 이러한 소명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감사원의 조치가 어떻게 정치적 보복으로 비쳐진다는 것인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6,또 전직 대통령의 재임중 행위에 대하여 퇴임후 문제삼아 소명 또는 답변을 요구한다면 어느 누구도 대통령으로서 책임있는 결정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되풀이 되는 선례를 남길 뿐이라는 견해가 있다. 대통령의 행위가 통치행위나 국가의 기본적 정책결정에 관한 행위라면 그러한 행위에 대하여는 정치적 평가는 별론으로 하고 그 당·부당을 문제삼아 소명 또는 답변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같은 통치행위나 기본적 정책결정에 관한 행위가 아닌 일반적인 법집행적 작용의 행위에 있어서는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일반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위법 또는 부당 여부가 가려져야 하며 다만 재임중에 한하여 일정한 범위내에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하는 특권을 가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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