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 “표적수사” 주장/박철언씨 첫공판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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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지자 4백여명 몰려 법정옮겨/후배검사 추궁에 “3류각본” 항변
슬롯머신업계 대부 정덕진씨 형제로부터 세무조사 무마조로 거액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철언피고인(국민당의원)은 6일 첫공판에서부터 『본인은 정치보복성 표적수사로 법정에 서게된 것』이라며 자신의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오후 2시부터 박 피고인에 대한 공판이 열린 서울형사지법에는 낮 1시부터 대구등지에서 전세버스편 등으로 온 박 피고인 지지자 4백여명이 몰려 40여석의 424호 법정을 1백92석의 대법정으로 옮기는 등 소동.
한편 김동길대표와 정주영의원 등 국민당 관계자와 하늘색 투피스 차림의 박 피고인 부인 현경자씨는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성원에 답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곽동헌·박한상·유수호변호사 등 박 피고인 변호인단은 ▲부산 초원복집 도청사건 ▲용팔이사건 ▲동화은행 비자금사건 ▲슬롯머신업소 사건 등이 터질때마다 박 피고인이 거론되는것은 『표적수사·담합수사·조작수사 때문』이라며 검찰을 맹비난.
유 변호사는 『박 피고인이 정치적으로 탄압을 받고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있는 사실』이라며 『검찰이 정덕일씨를 조사하며 여죄추궁 중단 및 불구속 수사대가로 박 피고인에 대해 뇌물을 줬다는 허위진술을 얻어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표적수사설을 주장.
변호인단은 특히 『검찰이 증인들을 내세워 헌수표 5억원 운운하는것은 자금추적이 되지않자 이를 회피하기 위한 전술』이라고 공격.
○…박 피고인은 검찰후배인 서울지검 홍준표검사의 집요한 추궁이 계속되자 『전화통화와 첫대면에서 세무조사 무마청탁을 하고 돈을 건네주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면서 자신은 『검찰간부와 안기부 등 정보기관에 근무한 탓에 보안의식이 남달라 홍 여인과 전화통화에서 정씨형제 세무조사 중단 청탁운운했다는 검찰의 각본은 3류』라고 주장.
박 피고인과 변호인단은 또 하얏트호텔 사우나에서 1억여원을 뇌물로 챙겼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많고많은 장소중에 하필이면 옷벗고 만나는 사우나냐』면서 『공무원에게 돈줬다는 사람은 봤어도 한국판 마피아의 마약밀매도 아닌데 뇌물을 건네며 돈을 확인했다는 검찰 주장은 아무도 믿지 않을것』이라고 강변.
○…박 피고인은 이어 『87년 대선을 전후해 활동한 월계수회는 전국에서 자생적으로 조직된 조직을 중앙에서 연결해줬을 뿐이어서 활동자금은 많이 필요치 않았다』면서 『수감생활중 접한 대하 역사소설에서 보복정치 대목을 접할때마다 현실정치의 환멸과 비애를 느끼고 있으나 오랏줄에 묶여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보니 향후 정치활동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답변.<권영민·정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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