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설날 '우리의 뿌리'를 알아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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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매양 추위 속에/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중략)//오늘 아침/따뜻한 한잔 술과/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그것만으로도 푸지고/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험난(險難)하고 각박(刻薄)하다지만/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중략)//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고운 이빨을 보듯//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김종길(金宗吉.1926~) 시인의 '설날 아침에'다. 시인은 설날 아침에 비록 진수성찬은 아니지만 따뜻한 술 한잔과 떡국 한 그릇이나마 나눴으니, 그것만으로도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설은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로, 해가 바뀌면서 상서롭고 복된 한 해가 되기를 비는 날이다. 묵은 해에서 분리돼 새해에 통합되는 단계로 아직 새해에 편입되기에는 익숙하지 못한 '선 날'이기 때문에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갖고 조심한다.

설이 언제부터 우리 민족의 명절로 뿌리내렸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그러나 수서(隨書.수나라의 역사서) 등 중국의 역사서와 삼국사기에 따르면 설은 삼국시대에 시작됐다. 또 고려시대에는 설과 정월대보름.삼짇날.한식.단오.추석 등을 9대 명절로 삼았다. 조선시대에는 설과 한식.단오.추석을 4대 명절이라고 해, 이미 설이 오늘날처럼 중요한 민속 명절로 자리잡았음을 알 수 있다.

설엔 연시제(年始祭)를 지내며, 웃어른께 세배를 드린다. 그리고 세배하러 온 손님에게는 술.고기.떡국 등을 대접한다. 또 일가친척 및 친지를 만나면 서로 새해를 축하하는 덕담(德談)을 주고받으며 인사한다.

남녀가 모이면 윷놀이를 하고, 젊은 부녀자들은 널뛰기를, 남자들은 연날리기를 한다. 가정에서는 조리를 사 설날 이른 아침 벽에 걸어두는데 이를 복조리라 한다. 그 해의 운수를 점치기 위해 토정비결을 보기도 한다.

설날은 원래 조상 숭배와 효에 바탕을 두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고향을 찾으며, 이 날 아침 차례를 지내고, 빔으로 새 옷을 입음으로써 같은 민족이라는 일체감을 갖게 된다. 그래서 공동체의 결속을 다진다는 점에서는 단순한 명절 이상의 기능과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설의 세시풍속과 그 유래, 현대 설의 의미 등을 공부한다.

◇생각 키우기

①갑신년(甲申年) 새해를 맞아 스스로와의 약속을 정해 실천하는 것은 어떨까요.

②설날은 원단(元旦).세시(歲時).연두(年頭) 등의 한자어로도 불립니다.'설날'의 어원을 찾아봅시다.

③설날 세시풍속으로는 문안비(問安婢).야광귀 쫓기.청참(聽讖).머리카락 태우기 등도 있습니다. 각각 어떤 풍속인지 알아보세요. 국립민속박물관 홈페이지(www.nfm.go.kr) 등 참조.

④설날 차례상에 오르는 음식(歲饌.세찬)을 조사하고, 차례상을 어떻게 차리는지 살펴보세요. 부모님과 함께 설음식 장만 예산을 짠 뒤 장보기를 하면 더욱 좋습니다.

⑤설날엔 일가 친척들과 친구 등을 만났을 때 상대의 신분과 나이에 따라 소원하는 일로 덕담을 주고받습니다. 누구에게 어떤 덕담을 할지 준비해 보세요.

⑥설날 받는 세뱃돈과 용돈을 합치면 금액이 커집니다.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워 보세요.

⑦경기가 좋지 않아 명절을 외롭게 지내는 사람이 늘었다고 합니다. 주변에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 명절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정성을 나누면 어떨까요.

⑧명절에 다른 사람들을 위해 평상시보다 더 많이 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직업인지 조사하고, 그들에게 감사편지를 쓰는 것도 좋겠지요.

⑨윷놀이나 널뛰기 등 전통 놀이가 있지만 청소년들은 게임, 어른들은 화투 등으로 소일하게 됩니다. '사이버 윷놀이' 등 현대에 맞고 온가족이 할 수 있는 놀이를 만들어보는 일도 재미있습니다.

⑩동양에선 음력 설 풍습이 아직 남아 있고, 특별한 의미까지 둬 성대히 행사를 치릅니다. 반면 서구에선 새해 첫날을 조용히 기념하는 게 보통이랍니다. 북한을 포함해 베트남.일본.중국 등 아시아와 독일.러시아.멕시코.미국.이스라엘 등 구미의 설 풍속을 조사해 봅시다.

⑪설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이 느는 등 설의 의미가 퇴색했습니다. 현대에 있어 설의 의미와 기능을 되새기고, 설을 지키는 일이 왜 중요한지 생각해 봅시다.

이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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