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난자, 처녀생식 성공 복제 송아지 가능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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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정자와 결합하지 않고 난자 홀로 개체 발생을 일으키는 이른바 「처녀생식」이 최근 일본에서 소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 성공, 생물학적으로 어미 소와 똑같은 유전자를 지닌 복제송아지가 곧 탄생할 예정이다.
일본 야마구치대 스즈키 교수(축산번식학)는 어미 소의 난소로부터 배란 전에 꺼낸 미성숙난자를 화학물질로 자극시켜 이 난자 속에 있는 2개의 핵이 마치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되는 것처럼 스스로 융합케 하는 방법을 이용, 소와 같은 고등동물의 처녀생식임신에 세계최초로 성공했다는 것이다.
꿀벌이나 진딧물 같은 하등동물에서 일어나는 처녀생식은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인간에게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고등 동물에서는 매우 까다로운 외부조건들이 빈틈없이 갖추어져야 하므로 실제 자연계에선 극히 드물게 일어나는 현상이란 것이다.
난자뿐 아니라 정자도 처녀생식이 가능하다. 다만 난자가 세포분열에 필요한 풍부한 영양물질을 알에 가지고있는 반면 정자는 그러한 영양물질 없이 움직이기 편하게 단촐한 형태여서 처녀생식조건에서 크게 불리하다.
소에서의 처녀생식성공이 주는 의미는 다양하다.
우선 육질이 좋다거나 젖이 많이 나오는 우량종을 어미소로 골라 이들의 난자들을 채취해 인공적으로 처녀생식을 일으킨 후 다시 여러 마리의 다른 암소 자궁에 심어주게 되면 어미소와 똑같은 우량종을 대량생산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처녀생식을 통한 복제송아지의 출현은 곧 복제인간의 출현도 가능함을 의미한다. 이것은 생명의 기원에 대한 종래의 종교적·법적 개념에 일대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즉 정자와 난자가 서로 만나는 순간부터 하나의 생명체로 간주하는 기존 가톨릭 교리에 비추어볼 때 난자만에 의한 복제인간은 생명체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공상의학소실 등에 나오는 것처럼 복제인간이 유전적으로 원래 개체와 완전히 동일해 장기이식에도 전혀 거부반응이 없음을 악용한 미래형 신종범죄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야마구치대의 복제송아지는 현재 2㎝정도로 차란 상태여서 과연 순탄하게 태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출산 예정일은 내년 3월이다.<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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