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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생명 "흔들"|전 일본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로 레슬러에서 정치가로 변신, 일본정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안토니오 이노키(50)가 정치계를 떠나야 할지도 모를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다.
프로복싱 세계 헤비급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 와의「세기적인 격투기 대결」을 벌인 것으로 유명한 이노키는 89년 일본 참의원에 당선돼 정치일선에 나선 후 거의 현란하다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의 의욕적인 사회활동을 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이노키는 그가 경영하는 회사의 탈세와 정치자금 수수혐의를 받고 있어 스포츠맨십을 앞세워 부정부패가 만연한 일본 정계에서 깨끗하고 참신한 이미지를 굳혀 왔던 그의 정치생명이 끝장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가 받고 있는 혐의내용은 91년 동경시장에 출마했을 당시 일본 최대의 운송회사인 사가와 규 빈으로부터 그가 운영하는 회사의 채무를 탕감해 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후보 직을 사퇴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이노키의 전비서가 폭로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인데 사가와규빈 사는 지난해 집권당인 자민당과 일본의 거물정객 가네마루 신 전 부총재에게 엄청난 정치적 타격을 준 뇌물스캔들의 진원지다.
물론 이노키 측은 이같은 혐의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정치인들에 대해「지나치게 조심스럽고 관료적인 일본정치가들은 말만 앞서고 행동은 하지 않는다」며 행동제일주의로 나가는 이노키가 실제로 다른 정치인들로부터「자기 과시 욕이 지나치다」는 비난을 받고 있어 은밀한 정치적 암투에 걸려든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일고 있는 형편이다.
이노키는 46세 되던 89년 스포츠 평화 당을 결성하고 비례대표제 후보로 출마, 레슬러 출신으로는 최초의 참의원이 됐다.
「스포츠를 통한 세계평화」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이노키는 일본 국내 뿐 아니라 자신이 유년시절을 보낸 브라질, 그리고 중동 등 개발 도상국을 오가며 스포츠행사를 통한 환경보존운동을 비롯해 에이즈퇴치운동을 펼쳐 왔다.
특히 수년전 회교도가 된 이노키는 걸프전 발발 직전 이라크에 억류된 인질구명 운동에 앞장서 음악인들을 이끌고 바그다드에 들어가「평화를 위한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또 구 소련에 프로레슬링 협회를 창설하는데 기여하는가 하면 러시아의 레슬러를 비롯, 복서들의 일본진출 및. 활동의 강력한 후원자역할을 도맡고 있다. <김인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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