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검사의 차이/권영민 사회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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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모신한 탓인지 범죄혐의가 있다고 구속기소된 피고인이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해 수사검사가 명예훼손죄나 무고죄로 형사처벌 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바 없다.
무죄선고 이유가 검찰 수사과정의 가혹행위 등 불법이나 증명력없는 증거에 근거한 검찰기소를 지적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아마도 그 이유는 검사의 수사가 한 피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무단히 형사처벌받게 할 목적이었다는 실제적 악의를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무죄가 밝혀진 피고인 입장에서는 실추된 명예와 치욕스런 수사과정을 보상받기 위해 수사 검사를 고소도 해보지만 우리나라 법체계는 이 경우 피고인이 무죄였음을 일간지에 널리 알리게 하는 무죄공시제도나 피해정도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하는 형사보상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엉뚱한 소문이나 술자리에서 나누는 대화에서라도 범죄혐의가 인지되면 검사는 피의자를 소환하거나 검거할 권한을 가지며 기소전까지 불기소 또는 불구속·구속기소 판단을 내리게 된다. 이때 구속수사의 경우 구속시한을 지켜야 함은 물론이다.
수사검사의 의견은 다단계의 결재과정을 거치는데 이는 검사에게 독립된 관청으로서 국가형벌권을 행사하는 권한을 준 대신 자의적 검찰권 행사를 견제하기 위해 법에 검사동일체 및 상명하복 원칙이 규정된 탓일 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 창설이후 지금까지 법원의 무죄선고는 끊이지 않고 있으며 때로 검찰은 신종범죄나 조직범죄의 경우 충분하지 못한 판례와 구속시한 탓에 『무죄선고를 각오하고 법원의 판단을 구하기도 한다』고 실토하고 있다.
각자가 담당한 출입처별로 독립적인 취재활동을 벌이는 기자는 때로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신체적 위해를 무릅쓰고라도 사건현장에 접근하려 시도한다.
그러나 취재대상으로 떠오른 취재원은 아에 사실여부 확인을 거부하거나 거짓말·회유·협박으로 일관하는 등 검찰수사 과정에서의 피의자와 흡사한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만 기자의 취재는 취재원을 구속할 강제력을 갖지 못하는데다 정확성과 함께 언론의 가치로 평가되는 신속성을 요구받는 탓에 수사기관의 최장 30∼50일까지의 구속수사기한과 달리 분·초를 다투는 시간적 제약을 받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법체계는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는 언론중재위나 정정보도 등을 통해 보상토록 하고 있지만 결코 공익을 위한 보도결과 공인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해서 취재기자를 형사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형법 제301조)
기자는 정재헌기자가 풀려난 이제야 독자에게 묻는다.
『중앙일보가 「율곡관련 권 국방도 출국금지」제하의 기사를 보도한 이유와 목적이 경찰로부터 입수된 「법무부 출국규제자」 문건이 허위인줄 알면서 권 장관의 명예를 훼손할 목적이었다는 검찰의 법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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