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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왕 얘기 그리스신화와 닮아 친숙|두 번째 서울 조각 전 여는 이 리날도 비지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한국의 신라왕 이야기가 평소 제 작품의 소재가 돼 오던 그리스 신화와 근원적인 면에서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작품화해보고 싶었습니다.』
한국을 무척 좋아해 「김치비지」란 별명이 붙어 있는 이탈리아 조각가 리날도 비지(51·카라라 아카데미아 교수)씨가 그의 두 번째 서울 전(25일까지 예 화랑)에 외국인 조각가로서는 처음으로 우리의 역사물을 다룬『신라왕 연작』3점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
그가 한국의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4년 전 예 화랑으로부터 서울초대전 제의를 받고 서부터. 한국에 대한 사전지식을 얻을 목적으로 한국역사책을 읽기 시작했던 그는 특히 신라에 흥미를 갖게 됐는데『아마 고대로마에 실라 라는 왕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친숙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90년 초대전을 계기로 경주를 직접 찾기도 했다는 그는『전쟁 등 역사의 풍화를 거쳐온 오랜 연륜의 도시에서 자연을 존중해 살아온 선인들의 삶의 흔적을 보고 한편의 시와 같은 감동을 느꼈다』면서『창작의 열정이 솟아난 것도 바로 그때였다』고 설명한다. 그는 포석정과 에밀레종이 무척 인상적이었으나 이를 작품화하는데는 실패했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번에 선보인 작품은 『신라왕의 개선』『신라왕의 왕좌』『신라왕을 어머니가 소개하다』등 3점. 삼국을 통일한 신라왕의 기상을 군 마에 올라 호령하는 모습으로 묘사한 채색브론즈, 원·반원·네모·세모 등 기하학적 도형들로 이루어진 흰 대리석 옥좌, 강보에 싸 인 왕자를 왕비가 안고 집 전하는 모습을 묘사한 흰 대리석작품들이다.
『이탈리아 관객들은 조각보다 회화에 몰두하는데 한국관객들은 조각작품에 높은 관심을 보여 무척 고무적』이라는 그는 서울에 머무르는 동안 한국화강암을 재료로 거북상도 제작할 계획.
앞으로도 한국역사에 관한 작품들을 계속해 보고 싶다는 그는 학교를 정년퇴직하기 전 한국에 교환교수로 오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비지씨는 28일 출국한다.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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