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이현곤 "내가 최고 교타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거포들이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을 장악한 2007 프로야구에서 눈에 띄는 한 명의 타자가 있다. KIA 이현곤(27.사진)이다.

이현곤은 8일 현재 타율 0.346으로 두 달 넘게 1위를 달리던 이대호(0.337)를 제치고 수위타자 자리를 꿰찼다. 또 올 시즌 124개의 안타를 때려내 양준혁(112개.삼성)을 멀찍이 따돌리고 최다안타 부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홈런은 1개뿐인 전형적인 교타자다.

이현곤의 올 시즌 페이스는 '괄목상대'란 말을 떠올리게 한다. 프로에 입단한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그의 시즌 최고타율은 2004년의 0.276이었다. '타격에 눈을 떴다'는 말을 들을 만하다.

이현곤은 "지난해와 특별히 달라진 걸 느끼진 못하겠다"며 "다만 타격 포인트를 좀 더 뒤에 두고 공을 끝까지 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고 말했다. 훌륭한 타자들이 모두 갖추고 있는 덕목이지만 쉽게 체득할 수 있는 능력은 아니다. 김종모 KIA 타격코치는 "뒤에서 치다 보니 앞 어깨가 빨리 열리지 않아 밀어치는 타구의 질이 좋아졌다"고 칭찬한다. 이른바 '부챗살 타법'에 근접하고 있는 것이다.

타격뿐만 아니라 이현곤은 팀 공헌도에서도 동료를 압도한다. 장성호.최희섭.홍세완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을 때 이현곤 혼자 팀 타선의 중심을 잡았고 '핫코너' 3루 수비를 책임지며 올 시즌 전 경기에 출장했다.

이현곤이 KIA에서 '자리를 잡은'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최희섭과 광주일고 동기로 고교와 연세대 시절 국가대표를 지내기도 했지만 2002년 입단 당시 그의 주 포지션이었던 유격수엔 홍세완이 있었고, 3루도 정성훈의 자리였다. 이듬해 정성훈이 현대로 옮기며 3루수로 나서기 시작했지만 2004년 발목 부상으로 시즌 절반밖에 소화하지 못했고, 그해 터진 병역 파동으로 2005년엔 군에 입대했다. 지난해 3월 갑상선 질환으로 조기 제대한 이현곤은 후반기부터 경기장에 모습을 보이며 KIA의 붙박이 3루수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KIA가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경쟁에서 멀어진 점은 역설적으로 이현곤의 개인타이틀 도전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이현곤은 "6월부터 1위를 지켜온 최다안타 타이틀은 놓치기 싫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이충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