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병출신에“포사격 훈련”/군부대 폭발사고/사전교육도 없어 참사불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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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포탄·작약 분리수칙 안지켜/적정인원 3배 넘게 조편성/담뱃불·관리소홀등 원인조사
【연천=전익진·정영진기자】 10일 오후 4시5분쯤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차탄4리 육군○군단 다락대 포병훈련장 8진지에서 동원예비군 포사격훈련중 1백55㎜ 포탄의 작약 네발이 연쇄폭발,예비역 대위 최한식씨(28) 등 동원예비군 16명과 현역 3명 등 19명이 숨지고 이창호병장 등 5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고는 포사격 경험이 전혀없는 보병병과 출신의 예비군을 상대로 포사격교육을 하면서도 군부대측이 사전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고 교육을 진행하다 발생한 것으로 밝혔다.
◇사고순간=사고는 1백55㎜ 곡사포 4문이 반경 20m내에 설치된 교육장에서 현역 3명이 예비군 21명을 상대로 포사격 교육을 실시하던중 갑자기 고포탁 1발과 조명탄 2발이 연쇄폭발하면서 발생했다. 사고지점에서 30여m 떨어진 곳에서 훈련중이던 예비군 김모씨(30)는 『갑자기 꽝하는 굉음이 나면서 빨간 불빛이 치솟았고 살려달라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고 말했다.
포탄파편은 훈련장에서 2㎞쯤 떨어진 주변 마을에까지 날아가 주민 5백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희생자=이날 동원훈련을 받은 예비군들은 인천시 북구 소속으로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967포병 대대에서 이틀간의 주둔지훈련을 끝내고 10일 새벽 5시쯤 포병훈련장에 도착,포사격 실습교육을 받던중이었다. 점심식사 후 이들은 포사격 준비를 위해 포문위에 위장망을 설치하고 반동호를 파던중 참변을 당했다.
사고직후 군헬기와 구급차 10여대가 긴급동원돼 부근 101야전병원(덕정병원)·서울 국군수도통합병원·미 용산병원으로 시신과 부상자들을 긴급 후송했으나 사망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고원인=군당국은 훈련중이던 예비군들이 피우다 버린 담뱃불이 작약에 인화돼 사고가 났거나 포사격에 대한 기본지식이 없는 예비군들이 포탄관리를 소홀히해 사고를 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일단보고 있다.
군당국은 이에따라 11일 오전 포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사단을 현장에 보내 현장검증을 실시하는 한편 현장에서 수거된 파편과 부상자들을 상대로 사건당시 상황를 조사하고 있다.
◇문제점=포사격진지의 경우 폭탄과 폭발력이 강한 작약을 분리해 놓아야 하는데도 이같은 기본안전 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또 포 1문당 적당 교육인원은 8∼9명이나 이날 교육은 27∼29명을 1개조로 편성하는 바람에 포주변에 서있던 예비군들이 참변을 당했다.
특히 현장에서 숨진 예비군의 대부분이 포병병과 출신이 아닌 보병병과 출신인데도 부대측은 사전에 안전수칙 교육을 실시하지 않아 사고를 자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망자<예비역> ▲최한식(28·인천시 북구 작전1동 382의1) ▲이덕현(32·남구 선학동 96) ▲심재현(26·북구 계산2동 삼부APT 13동116호) ▲하주용(24·북구 계산1동 836의30) ▲함병화(25·계산1동 팬더APT 505호) ▲오성민(28·서구 가좌3동 상아APT B∼505호) ▲조인철(26·산곡동 370의308) ▲이규선(24·신곡3동 아랑APT 55­301호) ▲유재덕(27·신곡3동 369의546) ▲최원준(27·북구 효성2동 99의11) ▲김용덕(26·예비역 병장) ▲박양준(29·신곡1동 부평전신전화국) ▲김준동(30·북구 대우자동차) ▲박원영(28·동구 만석동 836의10) ▲임성택(27·북구 작전2동 836의10) ▲김병희(28·북구 부평5동 565의1) <현역> ▲배한식(26·중위·북구 구포2동 865) ▲이정기(24·상병·전남 담양군 도남면 진곡리 488) ▲이곤영(23·일병·경기도 부천시 중구 산정동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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