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계열사정리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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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극비진행 기습발표로 “깜짝 효과”/제일제당 상호변경 등 독립채비
삼성의 모기업까지 잘라낸 대폭적인 계열사 정리에 재계는 일제히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이에 대기업 그룹들의 「체중 줄이기」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반응이었다. 주요 그룹들은 그동안 추진해온 계열사 정리 및 추가 정리작업을 앞당길 태세여서 재계의 대대적인 지각변동마저 예고되고 있다.
○…동아그룹은 앞으로 건설업·창고운수업·사업서비스업을 주력업종으로 키워나가기로 방침을 세우고 곧 총 13개 계열사중 대한통운해운 등 6개사를 매각 또는 통폐합하기로 결정할 예정. 선경은 수일내로 1개사 정도를 계열분리하고 외국기업과 합작설립한 유공계열 회사 3∼4개를 합병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그룹 정리방침을 발표할 예정.
럭키금성의 경우 업종전문화와 전문경영인제도 정착 등에 주안점을 두고 그룹개편 작업을 추진중.
럭키금성은 54개 계열사를 21개 CU(기업문화단위)로 관리하고 있는데 같은 CU내 계열사의 통합방안이 유력하다는 전망.
한편 현대의 2단계 계열사 정리작업도 앞당겨질 전망이며 대우도 당초 3∼5개사 분리·매각 방침에서 확대하는 쪽으로 재검토중.
○…이번 계열사 분리는 이건희 삼성회장이 유럽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가운데 9일 오전 9시 사장단회의가 끝날 무렵까지 증시에 루머조차 떠돌지 않을 정도의 철통보안 속에 워낙 기습적으로 발표가 이루어져 충격효과가 더욱 컸다.
삼성그룹은 두달 전부터 극비리에 구체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가 매각되는 10개사의 매각선과도 거의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전체적인 윤곽은 지난달 28일 이 회장의 출국전에 잡혀 있었다는 후문.
한편 제일제당은 9일 오후 분리의 충격에서 회복되자 곧 독립의 상징으로 현재의 삼성생명 빌딩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사옥 물색과 상호변경 등을 검토하기 시작.
○…상공자원부는 삼성그룹의 발표에 대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현재 상공자원부가 주도적으로 추진중이나 부처간 잡음이 일고있는 30대 그룹 주력업종제가 성공하는데 분위기를 전환시킬 것으로 평가.
상공자원부는 특히 일부 그룹이 주력업종제 반대로비를 하고 있다는 풍설에 속이 불편한 상태였다가 이 발표가 나오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타이밍도 절묘했다고 촌평.<김동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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