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호랑이|날개 뗀 독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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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해태와 빙그레.
막강 전력을 보유해 우승후보로 꼽히던 두 팀의 희비가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 중반도 되기 전에 엇갈리고 있다.
총 5백 4게임 가운데 1백 91게임(34%)을 치른 8일 현재 해태는 6할 9푼 8리의 승률로 단연 1위를 달리고 있고 빙그레는 5할 1푼 1리로 4위에 겨우 턱걸이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빙그레가 6할 3푼 8리, 해태가 6할 2푼 9리의 승률로 각축을 벌이던 것과는 지극치 대조적이다.
이 같은 원인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전문가들은 기술적인 우열보다 팀웍과 정신력의 차이를 들고 있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패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해태가 감독·선수들이 똘똘 뭉쳐 우승탈환을 목표로 단단한 팀웍을 이룬 반면 빙그레는 네 번에 걸친 한국시리즈 정상등극 실패로 사기가 땅에 떨어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빙그레는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시즌 내내 페넌트레이스 1위를 독주하고서도 우승을 놓쳐 아직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두 팀의 차이는 두드러 진다.
해태는 에이스 선동렬의 마운드 복귀와 이대진·양승철 등 고졸신인들의 활약으로 투수 력이 급증했다. 그러나 빙그레는 억대 신예인 구대성·지연규 등 이 부상으로 출장조차 어려운 데다 지난해 14승을 따낸 정민철마저 방위로 입대, 마운드가 크게 약화됐다.
여기에 이상군·한용덕 등마저 노쇠 화 현상을 보여 팀 방어율이 8개 구단 중 최하위(3·78)를 기록하고 있다. 타격에서도 빙그레의 부진은 납득할 수 없을 정도다.
빙그레는 현재 0·232(홈런 43개, 4위)의 팀타율을 기록, 쌍방울에 이어 7위를 마크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홈런 81개(1위) 포함, 0·265의 타율과 비교하면 어이없을 정도다.
해태가 부진한 팀타율(0·253, 4위)속에 투수 력(방어율 0·289)으로 승수를 쌓아 가는 반면 빙그레는 공·수가 모두 무너져 있는 상태인 것이다. 결국 두 팀 모두 불안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감독의 용병술과 선수들의 정신력에서 크게 차이가 나면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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