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 판촉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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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근 들어 편의점이 급속도로 확산되다 보니 동네 슈퍼마켓 주인들은 그야말로 난리다.
마냥 화려하고 외국 것 좋아하는 애들이야 그렇다 치고 이젠 단골 어른들까지도 편의점 봉지를 잔뜩 들고 슈퍼 앞을 보란 듯이 지나친다.
『실내만 조금「참하게」보일 뿐 슈퍼처럼 값을 깎아 주는 맛도 없고 취급품목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닌데….』
그러나 이 같은 편의점의 번성은 슈퍼 주인들이 생각하듯 반드시 이해 못할 것만은 아니다.
편의점의 물건들은 품목선정에서 제품진열·동선배치에 이르기까지 체인본점 마케팅 전문가들의 손을 거친다. 또 본사 컴퓨터와 연결된 POS(판매시점관리)시스템에 의해 많이 팔리는 제품은 즉각 보충이 되고 철저한 시장조사로 소비자들의 기호변화에도 민감치 대응한다.
하지만 슈퍼에도 장점은 있다. 편의점이 주로 체인본사의「지시」에 따라야 한다면 슈퍼는 주인 마음먹기에 따라 지역성을 떤 각종 판촉기법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판촉전략을 생각해 보자.
무심코 만들어 신문사이에 끼워 돌리는 광고전단 한 장에도 그 지역에 관한 최근의 신문기사(지하철노선·상하수도 공사 따위)를 따로 모아 한쪽 구석에 실어 주민들에게 제공하자.
최근 싸게 나오는 채소나 반찬거리들로「저녁식단」코너를 만들어 전단 한 귀퉁이에 싣는 것도 좋은 생각. 또 어버이날에는 어버이그림을 그려 오는 아이들에게 기념품을 주고 이를 장내에 전시하는 지역행사를 벌여 봄직도 하다.
물건을 사야 동전을 바꿔 준다는「구시대적」의식 대신 10원 짜리 나 1백원 짜리 동전을 담은 예쁜 모양의 자유 교환 통을 카운터 옆에 놔두자.
사탕도 10개에 얼마씩 파는 식 대신 큰손이든 작은 손이든「한 움큼에 얼마」하는 식으로 팔면 동네사람들의「재미거리」가 된다. 자질구레하다고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위의 이야기들은 지금도 편의점에 굳건히 대항하고 있는 슈퍼들의 실례다. 최근 지상에 자주 등장하는 고객만족이니, 이벤트판촉이니 하는 것들도 알고 보면 바로 이런 범주에 지나지 않는다.<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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