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전문 김현종 유엔대사 '파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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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전문 김현종 유엔대사 '파격'

개각이 하루 앞당겨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초 9일 하려던 부분 개각을 8일 단행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 이유를 "하루라도 빨리 공직 사회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8일 오후 인사추천위원회의를 열어 인선을 확정한 뒤 노 대통령의 결정을 받아 발표할 예정이다.

개각이 하루 앞당겨졌다는 것보다 더 파격적인 소식이 있다. 장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의 자리 바꿈이다. 이 바람에 당초 4개 부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 개각 폭도 중앙노동위원장과 국가청렴위원장직을 포함해 장관급 7개 자리가 바뀌는 중폭 규모로 커졌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의 주역인 김현종(48) 통상교섭본부장이 주유엔 대사로 내정되고, 그 자리에 김종훈(55.외시 8회) FTA 협상 수석 대표가 승진 임명될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말했다. 한.미 FTA 협상 타결에 따른 일종의 포상 인사인 셈이다. 유엔대사는 현재 외시(6회) 출신이며 외교통상부 차관을 지낸 최영진 대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김 본부장이 유엔 대사에 내정되는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유엔 대사는 북한 핵 문제. 군축 등 다자 안보를 담당하는 자리인 만큼 정통 외교관의 몫으로 분류돼 왔다. 외교부 일각에서는 이런 이유로 통상(通商) 분야 전문가인 김 본부장이 맡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때 난색을 표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김 본부장 본인이 유엔 대사직을 강하게 희망했고, 김 본부장을 신임하는 노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말했다.

통상교섭본부장 교체는 한.미 FTA 체결을 반대해온 '민주화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 정부 내 인사들이 김 본부장의 현직 유지를 원치 않은 것도 한 가지 원인이었다고 한다. 김 본부장은 미 컬럼비아대에서 국제정치학 석사,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노 대통령의 'FTA 가정교사'로 불린다. 2003년 외교부 통상교섭조정관(1급)을 거쳐 1년2개월 만에 40대의 나이로 장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에 발탁됐다.

개각을 하루 앞둔 7일 후임 법무장관 하마평(정성진 국가청렴위원장)은 요지부동인 반면 정통.농림장관과 국무조정실장직을 놓고는 인선에 진통을 겪고 있다. 새 법무장관에는 정성진 국가청렴위원장이 확정됐으며, 국가청렴위원장 후임에는 노 대통령과 사시 17회 동기인 이종백 전 서울고검장이 유력하다.

반면 당초 임상규 국무조정실장이 유력하게 거론돼온 정통부 장관 후임에는 변수가 생겼다. 사의를 표명한 노준형 장관이 업무 연속성 등을 이유로 유영환 정통부 차관의 내부 승진을 강하게 추천했기 때문이다. 유 차관의 승진이 확정되면 나머지 경제부처인 농림부 장관 자리를 놓고 임 실장과 윤대희 경제정책 수석이 경합하는 모양새가 된다. 두 사람 모두 7일 밤 늦게까지도 정통부 장관직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인선 작업을 맡고 있는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막판 교통 정리에 고심하고 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중앙노동위원을 지낸 이원보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중앙노동위원장으로 발탁했다.

장관급 인사와 함께 단행될 일부 차관급 인사도 관심 거리다. 청와대 경제정책 수석 후임에는 김대유 통계청장이, 통계청장 후임에는 이창호 기획예산처 재정전략실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박승희.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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