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부터 이탈리아 무성영화제…디바의 관능을 만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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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다눈치오(Gabriele D'Annunzio) . 시인이자 소설가.극작가인 그는 20세기 초 이탈리아 데카당스(퇴폐)문학의 대표 주자였다. 그의 탐미주의적 입김은 당시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줬는데, 영화도 열외가 아니었다. 관능미와 퇴폐미가 물씬 풍기는 여배우, 감각적인 표현과 묘사, 절망적인 결말 등 이탈리아 무성 영화의 특징들이 다눈치오에게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14~20일 서울 하이퍼텍 나다에서 열리는 '이탈리아 무성영화제-사일런트 디바'는 바로 이 '다눈치오의 딸'인 무성영화 시대의 여배우를 총 14편을 통해 만나는 자리다. 요부와 신여성의 중간 지점 정도에 서 있는 이들을 '디바(여신)'라고 부르는 것은 단순한 말대접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 조각을 연상시키는 완벽한 외모와 에로틱하고 도발적인 시선 등이 당대 관객으로 하여금 이들을 인간이 아닌 신의 경지로 받들게 했다.

무성영화 트리오로 꼽히는 세 여배우를 눈여겨보는 게 관람 포인트다. '푸른 피''아순타 스피나'에서 주연한 프란체스카 베르티니(사진)는 당시 활동하던 여배우들 중 해외에 가장 널리 알려진 스타다. 리다 보렐리는 커튼에 가냘프고 우아한 몸을 기댄 자세로 치명적인 시선을 던지는 연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악의 꽃''악마의 랩소디''말롬브라'등에서 이런 자아도취적 연기를 맛볼 수 있다. 엑스트라로 활동하다 발탁된 피나 메니첼리는 고전적이라기보다는 다소 반항적이고 악마적인 표정으로 대중 위에 군림했다. 출연작 중 '비정한 남자''어느 여인의 이야기'등이 상영된다.

영화의 전개가 대사 대신 몸으로 이루어지는 화면을 본다는 점에서 영화 팬들에게 색다른 경험이 될 듯싶다. 관람료 편당 5천원. 02-766-3390(교환 293, 294). (www.dsartcenter.co.kr)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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