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불 위에 올린 국이나 찌개가 맛있게 끓고 있는 소리. 그러나 불볕더위가 한창인 이맘때 뜨거운 불 앞에서 요리하는 주부들에겐 땀방울 흐르는 소리로 들린다. 여름철 한두 번은 배달음식이나 외식으로 때울 수 있지만 매번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럴 경우 가장 쉬운 해결책은 불 쓰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뿐이다.
“전복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인·철·요오드 등의 미네랄이 풍부한 건강재료입니다. 남성들에게 특히 좋은 아르기닌이라는 아미노산이 1100㎎이나 들어 있지요.” 가정주부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은 해박한 지식에 놀랐다. 알고 보니 일본으로 요리 유학을 다녀왔고, 대학원에서 음식을 전공한 전문가급 주부다.
시댁이나 친정 부모님이 오시면 전복으로 죽을 만든다. “죽을 할 경우 일반 냄비를 쓰면 바닥에 눌어 붙기 때문에 오랜 시간 계속 저어 줘야 하잖아요. 그런데 압력솥을 쓰면 젓지 않고 단시간에 만들 수 있어요. 전복도 빨리 익어 식감이 상당히 부드러워요.”
남편 친구들이 오면 이씨는 삼겹살을 익혀 큼지막하게 썰어 내놓는다고 한다. 돼지고기는 원래 성질이 차고 맛이 달아 뜨거운 열기에 몸이 상하기 쉬운 여름철에 딱 떨어지는 메뉴. 게다가 다른 고기에 비해 비타민 B군이 풍부한 영양식에다 값도 비싸지 않아 부담이 없다는 것. 삼겹살을 압력솥에 익히면 지방만 빠져나오고 육즙은 빠지지 않아 돼지고기 본연의 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한다.
휴일이면 압력솥에 떡을 해 냉동고에 얼렸다가 수시로 데워 먹기도 한다. 이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재료는 검은 콩과 찹쌀. 검은콩에는 식물성 여성호르몬인 이소플라본이 풍부한데 인체 흡수율도 무척 높아 여성에게 좋은 식재료로 꼽힌다. 또 검은콩의 껍질에는 항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글리시테인이라는 특수물질이 들어 있어 껍질째 먹을 것을 권했다.
유지상 기자 <yjsang@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삼겹살 제육
재료=삼겹살 덩어리 600g, 생강 한 알, 마늘 5개, 통후추·소금 약간씩, 새우젓 약간
만드는 법=①압력솥에 물 2컵을 붓고, 손질한 생강·마늘·통후추·소금을 넣은 뒤 찜기를 넣고 삼겹살을 올린다. 재료를 준비할 때 삼겹살에 청주를 스프레이로 뿌려 주면 고기의 비린 맛을 잡아 주어 더 맛있다. ②압력뚜껑을 덮고 중불에 올려 압력 핀이 올라오고 압력 조절 밸브에서 김이 나오면 불을 줄이고 10분간 뜸을 들인 후 불을 끈다. 압력 핀이 내려가면 삼겹살을 꺼낸다. ③삼겹살을 얇게 썰어 그릇에 돌려 담고 새우젓과 함께 낸다.
◆전복죽
재료=전복 2마리, 쌀 1컵, 까나리액젓 1큰술, 소금 약간, 참기름 약간, 물 4컵
만드는 법=①전복은 솔로 문질러 깨끗이 씻고, 숟가락으로 껍데기를 떼어내고 촉수를 도려낸다. 내장은 터지지 않게 손으로 떼어낸다. ②손질한 전복은 가늘게 채 썰고 쌀을 씻어 준비한다. ③압력솥에 참기름을 두르고 전복·내장·쌀을 함께 볶다가 액젓을 넣어 계속 볶는다. ④충분히 볶이면 물을 붓고 압력뚜껑을 덮는다. 압력 핀이 올라오고 압력 조절 밸브에서 김이 나오면 바로 불을 줄였다가 끈다. ⑤압력 핀이 내려가면 뚜껑을 열고 소금으로 간을 맞춰서 낸다.
◆콩찰떡
재료=불린 검은콩 1컵(+소금 1작은술), 찹쌀가루 6컵, 물 2큰술, 설탕 1/2컵, 소금 1작은술
만드는 법=①불린 검은콩은 소금과 잘 섞어 둔다. ②찹쌀가루는 물과 소금을 섞어 체에 한 번 내리고 다시 설탕을 섞어 한 번 더 내린다. ③압력솥에 물(2컵)을 붓고 찜기를 올린 후 면 보자기를 깔고 콩부터 고르게 깔아 준 뒤 그 위에 찹쌀가루 내린 것을 올린다. 찹쌀가루는 누르지 말고 고무주걱으로 평평하게 펴 준다. ④압력뚜껑을 덮고 중불에 올려 압력 핀이 올라오고 압력 조절 밸브에서 김이 나오면 불을 줄이고 5~6분간 뜸 들인 뒤 불을 끈다. ⑤압력 핀이 내려가면 뚜껑을 열고 찜기를 꺼낸다. 접시를 이용해 뒤집어 면 보자기를 떼어낸 뒤 먹기 좋게 잘라 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