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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 전면허용이 해결책인가(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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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학원 과외를 전면 허용하겠다는 교육부의 정책선회는 우선 그 취지가 불분명하다. 왜 갑자기 전국을 과외열풍으로 몰고가려는 법을 선도하려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구태여 선회이유를 미루어 짐작한다면 학원단속법에 문제점이 있고,이미 음성화된 학원을 전면 허용으로 풀어 양성화해 자율경쟁으로 유도한다는데 그 뜻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법이 잘못되었다면 법을 고쳐야하고 단속 잘못으로 음성학원이 늘어났다면 단속 자체에 문제가 있는 쪽으로 해결방향을 정리해야할 터인데 어째서 과외를 유치원생까지 강요하는 사회풍조를 교육부가 앞장서 조장하려는지 그 까닭을 알수 없다.
우선 학원 설립·운영에 관한 시행령과 하위법인 시·도 조례가 서로 맞지 않아 단속 자체가 무리라는 주당을 살펴보자. 시행령은 10평이상 강의실만 갖추면 학원허용이 가능한데 시·도조례는 3백평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법체계가 맞지 않고 단속에 대한 영세업자의 반발 또한 크다는 점이다. 법규가 서로 맞지 않으면서도 10년이 넘게 학원 단속을 해왔다는게 이상한 일이다. 지금이라도 문제가 되었으면 현실에 맞게 법규를 고치면 될 일이다.
재수생과 청소년이 밀집하는 학원가는 방치할 경우 금방 유해환경이 들어서고 언제 우범화될지 모른다. 학원시설에 대한 관리가 소홀해서는 학원가의 교육환경을 책임질수 없기 때문에 시·도 조례에 3백평이상의 학원설립을 요구했던 게 당시의 사정이었을 것이다. 지금의 사정이라고 해도 달라진게 없다. 10평이상의 강의실만 있으면 입시학원이 가능해질 때 난립하는 학원과 유해환경을 그때 가서 무슨 수로 단속할 수 있을 것인가.
말이 쉬워 자율경쟁이고 학원의 질적강화 유도지 소규모 학원이 난립하게 되면 단속의 길은 미칠 수가 없다. 현재 서울 시내 속셈·주산학원이 5천여개 정도다. 이 모두를 허용해서 국·영·수과목 학원으로 전환할 때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고,그에 따라 학교교육과 사교육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모를 교육의 혼돈 상태에 빠져들 것이다.
무엇이든 풀어버리면 자율이고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묶을 것은 묶고 풀 것은 푸는게 법치고 제도적 장치다. 대학입시용 과외는 허용하되 입시학원은 시설기준 강화를 통해 학원의 교육환경을 보다 쾌적한 방향으로 유도하도록 법체계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
예능과목에 국한된 유치원·국민학생들의 과외도 시설기준이나 교육환경에 따라 지속적인 감독으로 변칙적인 과외를 단속하는 쪽으로 당국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음성적으로 번지는 학원을 막을 길이 없으니 전면 허용하자는 주장은 자신들의 직무를 포기하고 무책이 상책이라는 자포자기에 빠지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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