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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 카르자이 정상회담 … 한국인 인질 직접 언급은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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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左)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6일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두 정상은 "탈레반 세력에 강력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메릴랜드 로이터=연합뉴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5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휴양지인 메릴랜드주의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두 사람은 5일 만찬 회동에 이어 6일 오전 정상회담을 하면서 탈레반이 억류하고 있는 한국인 인질 문제 등을 논의했다.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통해 "탈레반은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하는 냉혹한 살인자들"이라며 "우리는 무고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탈레반은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민간인들을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미국과 아프간은 탈레반 세력에 강력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카르자이 대통령도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에는 위협이 되고 있지 않지만 무고한 어린이와 구호인력을 공격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그들을 무찌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인 인질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인질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됐으나 두 정상은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회견에서 논의 내용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탈레반이 인질의 맞교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인질에 위해를 가할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는 만큼 두 정상은 인질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 이라며 "두 정상은 인질들을 안전하게 구출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한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그러나 두 정상은 탈레반 포로를 인질과 교환하자는 탈레반의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는 원칙을 확인했다"며 "그런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유사 인질 사태를 조장하는 것일 뿐이라는 게 두 정상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미국 방문에 앞서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인질 석방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지만 (인질과 탈레반 포로 맞교환 같은) 납치를 더욱 장려하는 협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카르자이 회담이 인질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열지 못함에 따라 인질 사태는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두 정상이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틀림없는 만큼 상황을 비관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9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7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릴 파슈툰족 부족장 회의(로야 지르가)에서 석방 촉구 결의안이 나올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카르자이는 물론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도 나서서 부족장들에게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상황이 호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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