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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티끌만한 칩에 태산같은 열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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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2007년 초 입사한 삼성전기 신입사원들이 경기도 수원 본사에서 반도체 기판을 들고 웃고 있다. 반도체 기판은 삼성전기의 8개 주력 제품 중 하나다. 왼쪽부터 권기운(27), 오종렬(27), 박지수(26), 오정훈(27), 변향은(24), 김은주(25)씨. 위쪽 작은 사진은 삼성전기가 생산하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MLCC는 가로 길이가 0.4㎜부터 5㎜까지 다양하다. 휴대전화·노트북 등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쓰인다. 최승식 기자

 삼성전기는 국내 최대의 종합 전자부품 회사다. 세계 10대 전자부품회사 중 유일한 비일본계 기업(7위)이기도 하다. 그러나 흔히 전기(電機)를 전기(電氣)로 오인해 전력회사로 아는 사람들도 있다. 이 회사는 1973년 TV 부품 회사로 출발했다. 그러다 2004년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가 적자 덩어리인 아날로그 부품은 모두 떼어내고, 3대 전략기술인 소재·무선고주파·광(光)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했다. 현재는 기판·카메라모듈·적층세라믹콘덴서(MLCC)에 전체 투자의 70%를 집중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성과는 서서히 나타나 지난해 흑자로 전환했다. 홍보팀 이준호 과장은 “최근 실적 개선으로 임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지고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전문성 갖춘 ‘프로 전기인’ 양성=삼성전기 수원 본사엔 ‘거북선센터’가 있다. 개발·영업·구매·제조 등 각 부서의 핵심 인력들이 모여 몇 달 동안 한 프로젝트만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센터다. 삼성전기의 기술에 대한 집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술을 중시하는 삼성전기의 인재상은 ‘프로(Pro) 전기인’. 고도의 전문성이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 목표다. 특히 연구개발직의 비중이 커 신입사원 중엔 이공계 출신이 90% 이상이다. 영업마케팅직과 경영지원직은 전공 구분 없이 뽑는 대신 입사 뒤 필요한 기술 교육을 받는다. 중어중문과 출신으로 영업부에 배치된 신입사원 김은주(25·여)씨도 기술 교육을 받기 위해 9개월간 수원사업장에 파견됐다. 인사팀 홍희송 과장은 “기업을 상대로 기술영업을 해야 하는 만큼 체계적으로 교육한다”고 설명했다.

 교육 기회도 다양하다. 2004년부터 아주대·성균관대·장안대와 연계해 ‘드림캠퍼스’를 설립했다. 이곳을 이수하면 일반 대학과 동등한 학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10주간 합숙하며 집중적으로 외국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외국어 생활관’도 있다. 엔지니어 중 일부를 선발해 국내외 대학의 석·박사, 박사 후 과정을 지원해 주기도 한다.

 ◆선배들의 꼼꼼한 지도=신입사원들은 “회사 분위기가 따뜻하고 끈끈하다”고 말한다. 그룹연수에 이어 5주간 진행되는 합숙교육은 ‘창의·열정·도전’이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그중 신입사원들이 만든 광고를 수료식 전날 시연하는 ‘전기광고제’가 하이라이트다. 시나리오 작성은 물론 촬영·연기까지 직접 하다 보니 다소 어설프기도 하지만 신입사원들이 발랄한 상상력과 끼를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자리다. 합숙교육이 끝나면 교육 받는 모습과 최고경영자(CEO)의 감사 인사를 동영상으로 담아 신입사원 부모님에게 보내주기도 한다. 부서에 배치되면 선배 한 명이 ‘튜터’로 지정돼 1년 동안 지도한다. 신입사원 오정훈(27)씨는 “업무는 물론 술 마실 때의 예절, 일할 때 자세 등에 대해서도 선배들이 꼼꼼히 챙겨준다”고 말했다. 좁쌀만 한 MLCC, 쌀알만 한 광반도체(LED) 등 제품들의 크기가 작은 만큼 삼성전기 만의 섬세함과 장인정신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기도 하다.

 축구·배드민턴 등 체육활동도 활발하다. 사업장별로 있는 인조 축구장은 거의 매일 저녁마다 부서 간 축구 경기가 벌어진다. 전체 부서가 참가하는 ‘전기 리그’와 스태프 부서들이 겨루는 ‘비타민 리그’가 운영될 정도로 축구 열기가 뜨겁다. 여사원들도 남자 직원들과 함께 선수로 뛰기도 한다.

 ◆이렇게 뽑는다=채용 방식은 다른 삼성 계열사와 같다. 서류전형-삼성직무적성검사(SSAT)-면접전형-신체검사의 4단계로 이뤄진다. 매년 3월과 9월 첫째 주에 인터넷(www.dearsamsung.co.kr)으로 지원서를 접수한다. 올 하반기 채용인원은 100명 정도다.

 채용 전형 중 가장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면접이다. 면접은 인성면접-프레젠테이션 면접-집단토론-영어면접의 네 단계로 하루에 진행된다. 이 중 전공과 관계된 질문과 배경 설명 자료를 주고 4명의 심사위원 앞에서 발표하게 하는 프레젠테이션 면접이 준비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올 초 입사한 신입사원 중 재료공학과 출신은 ‘어떤 공정을 통해 MLCC 제품을 얇게 만들 수 있는가’, 중어중문학과 출신은 ‘한국과 중국 중 어느 곳에 공장을 설립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신입사원에겐 어려운 수준의 문제들이다. 인사팀 김수봉 사원은 “정답은 있는 게 아니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지 과정을 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답이 무엇인지보다 과정이 논리적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집단토론은 6명을 찬반으로 나눠 하나의 주제를 주고 토론하게 한다. 논리력·설득력·표현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면접은 원어민 두 명이 평가한다. 점수 비중이 높진 않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두 명의 원어민에게 모두 최하점을 받으면 자동 탈락하도록 방침이 바뀌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설립 : 1973년

■대표이사 : 강호문

■직원수1만2500명

■2006년 실적
 -매출액 : 3조1772억원
 -영업이익:1183억원  -순이익980억원

■국내사업장 : 본사(경기도 수원시), 대전사업장(충남 연기군), 부산사업장(부산시)

■주요 제품기판·적층세라믹콘덴서(MLCC)·발광다이오드(LED)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신입사원

“직장 내 사부님만 15명이죠”

 2월 입사한 오정훈(27·사진)씨의 휴대전화엔 ‘스승님’ 15명의 연락처가 저장돼 있다. 같은 부서에서 함께 근무하는 직장상사들의 전화번호다. 오씨는 “선배들이 스승처럼 잘 가르쳐줘 아예 스승님이라고 저장해 놓았다”고 설명했다. 서강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학교에서 열린 삼성그룹 입사 설명회에서 삼성전기를 처음 알았다. “사업 개편이 끝나고 사세가 확장되는 상황이더군요. 내가 지금 입사하면 회사와 함께 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했습니다.”

 서류전형 통과 뒤 오씨는 인터넷 취업카페를 통해 삼성전기 입사 스터디모임을 꾸렸다. 한 달 동안 집단토론과 영어면접을 준비했다. 프레젠테이션 면접은 전공별로 문제가 다르기 때문에 선배들과 취업 포털을 통해 확보한 ‘족보’를 훑어보며 혼자 공부했다.

 시험 당일, 오씨는 프레젠테이션 주제를 받고 쾌재를 불렀다. ‘모터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어떻게 개선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대학교 로봇 동아리 회장을 맡기도 했던 그에겐 익숙한 주제였다. 그는 “심사위원들 앞에서 2차 미분 방정식을 그리며 설명할 땐 통쾌하기까지 했다”며 “대학 시절 다양한 경험을 한 게 결국 취업에도 도움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성전환 수술을 받으려는 사람을 국가가 지원해 줘야 하나’에 대한 찬반토론이나 영어면접은 평소 스터디에서 연습해 왔기 때문에 어려움이 없었다.

 오씨는 인재개발센터에서 근무하며 사내방송 리포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회사가 자기계발을 위한 기회를 많이 주는 것 같다”며 “앞으로 인사전문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Q&A

Q: 신입사원의 연봉은 얼마나 되나요.

A: 대졸 3급 신입사원은 3000만~3200만원 선이다. 회사 실적에 따라 성과급이 추가로 지급된다. 

Q: 지방근무도 하나요.

A: 담당업무와 제품에 따라 대전이나 부산에서 근무할 수 있다. 지방근무 희망자가 우선적으로 지방사업장에 배치 받는다.

Q: 해외 근무 기회가 많은지요.

A: 삼성그룹에서는 물산과 전자 다음으로 글로벌 네트워크가 잘 갖춰진 편이다. 중국·필리핀·태국·미국·독일·싱가포르에 해외법인을 운영 중이다. 해외판매사무소도 13개국에 23개소가 있다. 전자부품이라는 제품의 특성상 엔지니어도 해외 주재원으로 근무가 가능하다. 이와 별도로 지역전문가, 해외 MBA 제도도 있다. 

Q: 신입사원 중 여성은 얼마나 되나요.

A: 최근 수년간 여성 입사비율은 25~30%로 점차 증가 추세다. 기혼 여직원을 위해 수유방과 사내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다.

Q: 부서 배치 시 개인 희망이 반영되나요.

A: 개인의 배치 희망을 받은 뒤 부서의 전공별 요청에 맞춰 배치한다. 희망에 맞는 곳을 가기 힘들 땐 직접 본인 면담을 거쳐 부서를 결정한다.  

Q: 출퇴근 시간은 어떤가요.

A: 출근 시간은 오전 8시, 퇴근시간은 오후 5시다. ‘칼퇴근’은 솔직히 힘들고 보통 오후 7시 전후 퇴근하는 편이다. 매주 둘째·넷째 금요일은 ‘화사 데이’로 지정해 정시퇴근을 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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