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비리 “근치” 충격요법/대입부정 학부모명단 추가공개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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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명예훼손 논란 무릅쓰고 마무리 강력조치/교육부도 홍역… 사회에 경종 효과는 분명
교육부가 지난달 1차 대입 부정입학생 학부모 명단공개에서 빠뜨린 7백81명을 1일 추가공개함으로써 사상초유의 「여론재판식」 명단공개작업이 일단 마무리됐다.
개혁바람속 고질적인 입시비리의 수술을 위해 「당사자 명예훼손」이란 안팎의 지적을 무릅쓰며 벌인 초강력 충격요법이 윤리적인 측면에서는 논란이 없지않지만 사회에 울린 경종의 파장은 실로 엄청나다.
당장 대학당국들은 물론 수험생·학부모 사이에서 『앞으로는 감히 부정입학은 꿈도 못꿀것』이라는 말이 오가고 있다고 전해진다.
물론 이같은 교육부의 「모험」에는 역작용도 많았고 2차 명단공개 이후에도 당분간 부작용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의 수모는 1차 명단공개이후 빚어진 축소·은폐의혹 및 당사자 항의에 따른 총리실의 특별감사 실시로 이미 시작됐고,급기야 지난달 13일에는 성기선 교육감사관이 직위해제됐다.
오병문장관도 같은 날 사표를 냈다가 반려된뒤 숨돌릴 틈없이 또 다른 곤욕이 불보듯 뻔한 추가 명단공개를 위한 감사실 직원들의 철야작업을 독려해야 했다.
교육부는 두차례에 걸친 명단공개로 큰 홍역은 치렀으나 앞으로의 비리방지에 지대한 공헌을 한것만은 틀림없다.
이번 추가 명단공개에선 1차공개때 「부정」으로 분류돼 발표됐던 몇명이 교육부의 정정으로 명예회복됐다.
87년 전주우석대에 입학한 국문과 조모군 등 6명과 91년 성균관대 경제학과 입학생 김모군,또 90년 홍익대 도예학과에 이중국적소지 입학생으로 발표됐던 강모군 등이 모두 학교측 착오로 밝혀졌다.
역시 91년 성균관대 토목공학과에 입학한 김모군의 아버지로 공개된 이대학 김철수교수는 동명이인의 교직원 대신 잘못발표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90년 국민대 부정입학생으로 공개된 서울 배재고 오은형교사의 아들(공예미술과) 등 12명도 교육부에 집단 이의제기를 해놓은 상태.
이밖에 89년 고려대 경영학과에 부정 편입학한 것으로 발표된 김영식 전 문교부장관의 아들 등 6명도 학교측이 스스로 선발과정에서의 착오라고 밝히고 있어 교육부가 진위를 가리고 있다.
이처럼 공개 당사자들의 잇단 항의 및 이의제기에 따라 오 장관은 이번 공개에서 『자칫 사실과 달리 「부정」 사례로 몰려 명예가 실추될수도 있다는 점이 매우 유감』이란 단서를 달았다.
원영상감사관도 『만의 하나 무고한 명예훼손 사례가 나올까 가장 큰 걱정』이라며 『오류나 착오가 밝혀질 경우 확인절차를 거쳐 해명·정정하겠다』고 밝혔다.
감사관실에선 특히 추가공개 명단발표를 위해 해당대학측에 명단 요구→공개대상 유형별 선별→학부모 직업추적 등 작업을 하느라 전직원이 3주가까이 철야작업을 벌여야 했다.
한편 1일 추가로 공개된 명단에는 여전히 공직자 등 소위 지도층 인사들이 눈에 많이 띄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작고한 김동영씨와 윤성한·임인규 전 의원 등 정치인과 전윤수 전 공참차장·임영규 육군 건설단장(준장)·홍인식 예비역장성·신동기 전 기무사 이사관 등 전·현직 군고위관계자가 거명됐다.
대학교수로는 ▲서울대 박순달교수 ▲이병찬 계명대 경영대학원장 ▲고시천·손태근·윤문구(건국대) ▲이근(이화여대) ▲장영하(서울산업대) ▲이형구(경희대) ▲이화동(고신대) ▲오종석(부산대) ▲신조영(원광대) ▲이영수(전주 우석대) ▲최덕원(순천대) ▲강성호(전 경북실전학장)교수 등이다.
간부급 공무원도 많아 ▲정상순 감사원 감찰1과장 ▲이창우 전 산림청국장 ▲김남회 서울 성동구청과장 ▲임국상 대구중구청 과장 ▲유원모 경북도청 서기관 ▲백인주 김제군수 등이 공개됐다.
또 ▲이경종 한양건설대표 ▲권영석 항공화물 부사장 ▲김동주 대전동양백화점대표 ▲베성재 문화섬유사대표 ▲한영숙 한서개발 이사 ▲민승기 서울산업대표 ▲김기출 대영전기대표 ▲전연규 건국사료대표 ▲정은섭 대주산업사장 ▲전희영 건영프레스대표 ▲전순표 전우방재사장 ▲장영기 콘도사장 등 기업인도 대거 발표됐다.<김석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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