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개인전 여는 조각가 고명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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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회화-조각, 구상-추상 등 매사에 구획 짓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화단 풍토에서 때로는 평면으로, 때로는 입체로 사진과 조각의 어울림을 시도해본 제 작업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합니다.』
6월1∼7일 금호미술관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갖는 고명근씨(29)는『그렇지만 한국적 개념으로 말한다면 저는 어디까지나 조각가』라며 웃는다.
서울대미대 조소과 출신으로 91년 미국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대학원을 졸업하고 지난2월 귀국한 그는 이번이 세번째 개인전. 문을 소재로 한 사진 콜라주 5점과 부조 10점, 조각15점등 모두30점을 선보인다.
『뉴욕 브루클린에는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버려진 집들이 많아 호기심이 일었지요. 풍화와 시간으로 조각되고 손때와 낙서로 장식된 해묵은 빌딩과 수많은 사람들이 갖가지 사연을 안고 넘나들었을 낡은 문을 보면서 이것이 가장 진실된 인간의 역사라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그의 독특한「사진조각」은 이들을 사진으로 찍은 다음 베니어 등으로 손수 만든 입체위에 직접 붙이거나 여러 사진들을 콜라주해 그위에 색칠함으로써 평면의 사진이 입체로 여겨질 수 있도록 시각적 환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든지, 전체 풍경사진을 배경으로 깔고 그 이미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부분사진을 돌출시킨것들. 따라서 사진은 하나의 오브제로 활용되는 셈이다. 보존성이 약한 사진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플래스틱액으로 마무리하는 것으로 그의 작업은 끝이 난다.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쳐 버리는 것들 속에 담겨있는 미적요소들을 되살려내는 것이 바로 제 몫입니다.』
그는 개발이라는 이름아래 너무 쉽게 버려져 가는 낡은 한옥이나 오래된 아파트, 슬레이트지붕 등 우리네 삶의 편린들을 찾아 계속 작업해나가겠다고 다짐한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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