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일의 상장 병원 '통처 그룹'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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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국 병원의 경영자들은 정말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는데 정부 규제 때문에 의료 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중국 증시에 상장된 유일한 병원 주식회사인 ‘통처(通策) 의료그룹’의 류지안밍(呂建明·42·사진)회장이 2~5일 한국을 찾았다. 통처의료그룹은 연간 30만명의 환자가 치료받는 항저우(杭州)구강병원 등 병원 2곳을 소유하고 있다.

류 회장은 한국 의료계의 선진 기술을 배우고, 협력 사업을 벌이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았다. 그러나 안타깝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투자자를 모아 병원을 주식회사처럼 키울 수 없고, 병원에 대한 규제가 너무 심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란다.

그는 “병원이 영리법인이 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가 더 많은 서비스를 받고 싶어하는데 제도 때문에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면 제도를 바꿔야한다”고 주장했다. 주식회사 형태의 병원이 생기면 병원이 돈벌이에만 치중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병원이 이윤을 남겨서 재투자한다면 결국 환자에게 이로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 회장의 이같은 생각은 자신의 경험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6월 국영병원이던 항저우 구강병원을 인수했다. 경영 합리화를 통해 관리비용을 40% 줄였고, 매출은 30%가 늘었다. 환자에게 받는 진료비를 한 푼도 올리지 않고 거둔 성과다.

부동산 사업으로 시작해 ‘통처그룹’을 설립하고 의료 부문에 진출한 그는 3년 안에 의료그룹의 매출액 규모가 1조 원 쯤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사람에 비유하자면 중국의 부동산 산업은 30~40대, 의료 산업은 5~6세”라며 “한번 팔고 나면 그만인 부동산과 달리 의료산업은 생명과 연관돼 있어 10억 명이 넘는 잠재 고객과 함께 계속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장래가 밝다”고 덧붙였다.

치과전문병원인 예치과 상하이 지역 대표인 이경일씨는 “세계 초일류 ‘병원 기업’들이 중국 병원을 인수하거나 합병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한국 병원들은 국내 규제 때문에 경쟁에 참가조차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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