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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사태로 확인된 삼성전자의 영향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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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일 정전사고로 가동이 멈췄던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공장이 4일 오후부터 정상화됐다. 휴일인 5일 삼성 직원들이 재가동을 시작한 14, S 반도체라인이 있는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최승식 기자]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는 지난 주말 내내 삼성전자에 주목했다. 과연 경기도 기흥 공장의 반도체 라인이 몇 시간 만에 재가동하고, 앞으로도 사고 이전의 수율(생산품 중 정상 제품이 나오는 비율)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국내 경쟁사인 하이닉스반도체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기획.홍보 담당 직원들이 대부분 출근해 삼성전자의 상황을 체크했다. 애플코리아 직원들도 언론 보도를 미국 본사에 실시간 전달했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 규모와 이에 따른 반도체 시장 및 가격의 변화를 점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3분의 1을 점한 삼성전자의 위상을 실감케 하는 주말이었다.

◆세계 1위 업체의 파급 효과=메모리 분야의 절대 강자인 삼성전자가 제품을 제때 출하하지 못하면 반도체 가격은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다. 이번에 가동 중단된 6개 라인에서 하루 250억원어치의 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3일 오후 낸드플래시 라인 가동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쟁사인 하이닉스와 도시바의 주가는 순식간에 3% 이상 급등했다. 낸드플래시를 공급받는 애플은 아이팟.아이폰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주가가 1.34% 떨어진 134.66달러에서 거래됐다. 현물 시장의 낸드플래시 가격은 7~8% 뛰었다.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서플라이는 "하반기 들어 공급 부족으로 낸드플래시 값이 오름세였는데 삼성전자의 출하 차질 등으로 당분간 더 오를 것 같다"고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D램은 1992년 정상에 오른 뒤 15년째 선두를 지켜 왔다. 이번에 가동 중단 사태를 맞은 낸드플래시는 45%를 점유해 시장 1위다.

◆자존심 구겼지만 위기 대응 빨라=리히터 규모 6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안전장치를 갖춘 최첨단 공장이 단순한 정전으로 하루 동안 가동이 중단된 것은 세계 정상 업체의 자존심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혔다. 대외 신인도 하락 등 무형의 피해도 감수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8시간이 넘는 정전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대응해 당초 스스로 예상한 복구 시간(48시간)을 훨씬 줄여 21시간여 만에 라인을 다시 돌린 일은 돋보인다. 이 회사 이인용(홍보팀장) 전무는 "비상용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가 정상적으로 가동하면서 노광.증착 등 주요 공정 과정에 전원을 공급할 수 있어 재가동 시간을 앞당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기흥 공장 내부 변전소 설비를 재점검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위해 원인 규명 작업을 벌이고 있다.

◆수율 회복이 정상화 관건=이번 사고는 4일 정오, 문제가 된 라인들이 모두 재가동되면서 일단 수습 국면에 접어들었다. 수율이 예전 수준을 회복하면 삼성전자는 사고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통상 낸드플래시 제조에 평균 45일 정도 걸리기 때문에 수율의 정상화 여부를 확인하는 데 두세 주 걸린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라인에서 90% 이상이라는 '골든(황금) 수율'을 유지해 왔다. 통상 반도체 업계에서 정상 가동으로 인정하는 수율은 80% 이상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사고로 400억원 정도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고 밝혔다. 하루 생산 금액이 250억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생산 중이던 웨이퍼의 폐기에 따른 손실은 15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폐기한 웨이퍼는 2만 장 안팎으로 추산돼 앞으로 한 달 이상 이 회사의 낸드플래시 생산량은 2%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정전 사고 이전의 골든 수율을 이른 시일 안에 회복하지 못할 경우 생산 차질은 더 커진다. 이 경우 이미 상승세로 돌아선 낸드플래시 가격은 하반기에 더욱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낸드플래시 업계가 내심 수익성 호전을 기대하는 연유다.

창우 기자<kcwsssk@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수율(收率.yield)=제조한 반도체 칩 가운데 정상 작동하는 제품의 비율을 의미한다. 불량률의 반대 개념이다. 수율이 높으면 같은 웨이퍼를 투입하고도 더 많은 칩을 얻을 수 있어 원가 경쟁력이 높아진다.

◆웨이퍼=실리콘으로 만든 원반 모양의 반도체 재료. 천주교에서 미사 때 주는 동그란 성찬용 빵에서 따온 이름이다. 웨이퍼 위에 반도체 칩 수백 개를 한꺼번에 찍어낸 다음 잘라내 완성한다. 최근에는 반도체를 제조할 때 지름 300㎜(12인치)인 웨이퍼를 주로 쓴다.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삼성전자 전무(홍보담당)
[前] 문화방송 보도국 부국장

195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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