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선자금 사용처 수사 급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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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 모금 사건에 연루된 혐의가 드러난 최돈웅 의원에 대해 9일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고 김영일 의원도 10일 새벽 구속 수감됨에 따라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당시 이회창(李會昌) 캠프에서 崔의원은 재정위원장, 金의원은 선거대책본부장을 각각 맡았다.

그동안 검찰은 두 의원을 두 차례씩 소환 조사했으나 국회가 개회 중일 때 현역 의원 신분으로 출두했기 때문에 충분히 조사할 시간을 갖지 못했었다. 지금까지 崔의원은 검찰이 물증을 들이대면 마지못해 확인해주는 정도의 소극적인 진술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金의원은 한술 더 떠 혐의 내용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崔의원과 한나라당 당직자,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기업 관계자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金의원이 불법 대선자금 모금을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崔의원보다 金의원 조사에서 더 큰 수사 진척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崔의원도 지난해 말 검찰에 출두하면서 대선자금 모금을 지시할 위치에 있었던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당 선거대책본부장이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었다.

검찰은 두 의원을 상대로 모금 부분뿐 아니라 사용처 부분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현재 한나라당 측의 비협조로 이미 파악된 불법대선자금 5백여억원의 사용처에 대해 거의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金의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의원이나 당직자들이 불법으로 받은 자금 가운데 일부를 선거 이외의 개인용도로 사용했거나 은닉하고 있는지도 밝혀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崔의원이 삼성.SK.LG 외에 다른 대기업에서 불법자금을 받거나 그의 개인 비리를 추가로 확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문효남 대검 수사기획관은 "崔의원에 대한 수사가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밖에 대우건설로부터 3억원을 수수한 혐의가 새로 드러난 정대철 의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여권의 대선 자금이 추가로 밝혀질 수도 있다. 대우건설이 지난 대선 전후 거액의 비자금을 정치권에 뿌렸다는 의혹에 대해 서울지검의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鄭의원은 노무현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이었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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